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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세대 “부양·양육 고달파…” 한국 행복지수 또 꼴찌



금융회사 직원 A씨(43)는 최근 아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학원비 부담이 커졌다. 은퇴를 한 부모에게 용돈을 챙겨 보내야 하는데 얼마나 보내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아 동료들과 회식을 할 때면 한숨만 나온다. 매월 수십만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에 허리가 휜다.

‘헬(hell)조선’은 대한민국이 살기 힘들다는 인식을 담은 신조어다. 이 단어처럼 한국인들이 세계 23개국 중 가장 자신들의 ‘삶의 질’을 낮다고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중에서도 부모·자녀 부양에 치이는 3040세대의 만족도가 낮았다.

글로벌 헬스케어기업인 시그나그룹은 이런 내용의 ‘시그나360°웰빙지수’를 10일 발표했다. 지난 2∼3월 한국 미국 중국 등 23개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 1만4467명(한국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건강, 사회관계, 가족관계, 재정, 직장 5개 부문의 만족도를 물어 종합한 ‘웰빙지수’에서 한국인은 51.7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100점에 가까울수록 만족도가 높다.

이번이 네 번째 조사로 한국은 2015년을 제외하고 모두 꼴찌였다.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라는 인도(70.4점)였다. 나이지리아(65.1점) 사우디아라비아(65.1점) 멕시코(63.8점) 등이 뒤를 이었다. 전 세계 평균은 61.2점이었다. 설문은 개인 인식을 묻는 것이라 국가 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은 꼴찌에서 두 번째인 홍콩(56.8점)보다도 5점 넘게 낮았다.

특히 한국인의 ‘삶의 질’ 만족도는 2015년 61.8점, 2016년 60.7점, 지난해 53.9점으로 줄곧 하락세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만족도도 낮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상황이 나빠진다는 게 큰 문제다.

세대별로 보면 35∼49세가 50.3점으로 가장 낮았다. 18∼34세는 54점, 50세 이상은 51.9점이었다. 시그나그룹은 3040세대가 주로 짊어지는 ‘양육’ ‘부모 부양’에 대한 사회보장망을 확충하는 데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인의 직장 부문 만족도는 지난해 58.4점에서 올해 59점으로 5개 부문 중 유일하게 높아졌다. 합리적 업무량과 시간, 직업 안정성 등에서 긍정적 답변 비율이 높았다. 저녁이 있는 삶을 강조하는 ‘워크라이프밸런스(워라밸) 열풍’,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비한 기업들의 업무시간 조절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신 한국인에게 ‘스트레스’는 여전히 적이었다. 평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97%로 23개국 평균(86%)보다 높았다. 직장에서 스트레스와 관련한 복지제도 등 도움을 받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71%가 ‘아니요’를 선택해 평균(51%)과 큰 차이를 보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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