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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토 깨뜨리면서 푸틴과 포옹하나” 속타는 유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부터 엿새 동안 유럽 순방에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영국과 핀란드를 잇달아 방문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취임 후 첫 단독회담 일정도 잡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유럽 간 전통적 집단안보체제를 부실화하고 ‘주적’ 러시아와의 밀월 관계를 과시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 국가들을 작심하고 압박할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나토 국가들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공정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유럽 정상들을 만나기 전 기선제압을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유럽 동맹국들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나토 탈퇴까지 불사하겠다는 말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을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은 지난달 말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때부터 이미 팽배해 있었다. 한 유럽 관리는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을 확고히 지지하고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을 비난하는 등 나토 편을 들어주길 바라는 건 허무맹랑한 꿈”이라며 “최소한 동맹국 비난이라도 자제해 준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유럽 순방의 하이라이트는 16일 헬싱키에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 내전, 영국 거주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등 잇따른 외교적 무리수로 유럽에서 ‘공공의 적’으로 찍혀 있다. 이런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브뤼셀에서 오랜 유럽 동맹국들을 박대한 뒤 헬싱키로 건너가 푸틴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현재 미 행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동을 걸 만한 인사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정도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비난 발언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물밑에서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동맹과 국가안보를 지켜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 전 나흘간 영국에 머물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접견하고 테리사 메이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메이 총리는 최근 브렉시트 방법론을 둘러싼 갈등으로 각료들이 잇달아 사퇴하는 등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이지만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 런던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 방문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을 ‘성난 아기’로 풍자한 대형 풍선을 도심에 띄우고 대규모 시위도 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트럼프 시위대와 맞닥뜨리지 않도록 모든 일정을 런던 외곽에 잡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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