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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다움’ 고정관념이 빚은 촌극



욤비 토나 교수. 국민일보DB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주도 예멘 난민에 대한 게시글 하나가 올라왔다. 글에는 예멘 난민들이 스스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거나 언론에 찍힌 사진 등이 담겼는데, 골자는 옷차림이나 표정 등이 난민답지 않다는 것이었다.

작성자는 난민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을 두고 ‘언론사 인터뷰에서는 불쌍한 척하면서 페이스북에는 한국에 와 신난다고 선글라스를 끼고 인증샷을 찍었다’고, 옷차림을 두고는 ‘난민으로 전쟁을 피해왔다면서 신발은 왜 저리 깨끗한지, 이어폰은 비싸다는 에어팟?’이라고 썼다. 이어 ‘옷도 삐까뻔쩍한 양복에다 표정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할 난민이 아니다’라며 표정을 지적하기도 했다. 게시글은 10일 현재 조회수 18만을 넘었다. 다수 댓글이 작성자의 의견에 동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사례가 모두 난민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빚은 촌극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지만 아직까지 난민 이슈를 제대로 다룬 적이 없어 난민에 대한 오해가 발생하는데, 그중 하나가 ‘난민은 지저분하고 표정이 어둡다’식의 고정관념이라는 것이다.

김대권 아시아의친구들 대표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난민요건은 크게 정치·종교·사상적 박해, 자국으로 돌아가면 박해의 위험성이 있을 때, 자국의 보호를 받지 못할 때”라며 “한국의 난민법에도 이 같은 내용이 그대로 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민들은 구호단체 광고에 나오는 굶주린 아이의 모습 등으로 인식돼 있지만 사실 예멘이나 시리아 등은 내전 전에는 도시화된 나라”라며 “고정관념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난민이 아니라 할 순 없다”고 말했다.

난민 관련 전문가인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원도 “난민 이미지가 ‘보트 타고 힘겹게 온 사람’ ‘테러리스트’ 등으로 고정된 것 같은데 사실은 그들도 보통 사람”이라며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할 수 없듯 난민에게도 난민다움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들 중에는 고국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인물도 다수 포함돼 있다. 2002년 콩고 내전을 피해 한국에 온 뒤 6년 만에 난민 인정을 받은 콩고민주공화국 왕자 출신 욤비 토나(사진) 전 광주대 기초교양학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난민의 표정은 왜 밝으면 안 되느냐. 한국의 초대 대통령(이승만)과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한때 난민이었고, 당시 아이폰이 있었다면 사용했을 것”이라며 “난민에 대한 오해가 계속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난민에 대한 기초적인 인권교육을 하지 않은 한국 정부와 교육시스템, 미디어는 비판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난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제주도 예멘 난민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날 현재 68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주말 참여인원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을 넘어섰고 지금도 계속 증가 추세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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