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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전정희] 이슬람 난민… 경험자의 우려



수도권 10여명의 목회자들은 지난 2일 예멘 난민 문제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체계적인 신학을 공부한 정통 교단 목회자들이었고 수십년을 담임목사로 봉직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인문학교실’에 참여해 깊은 성찰과 사색을 통해 정직한 답을 내놓는 성직자가 되고자 했다. 이들은 이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해받는 이웃 이야기로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또 ‘뉴스로 기도하기’ 시간을 두고 동성애, 인권 등의 이슈에 대해 성서적 답을 구했다.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가 이날 기도제목이었다. 한 목회자가 ‘인간관계에 대한 율례’(출 22장)를 들어 우리 민족도 한때 나그네였음을 얘기했다.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출 22:21)가 인용됐다.

그러나 이를 이슬람 난민에게 적용해야 하는 상황을 두고 대개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성찰과 사색이 필요한 듯했다. 참석자 다수가 “구제해야 할 평범한 이웃이라면 예배 강단에서 이유를 두지 말고 돌보라고 선포하겠으나 그렇게 하기에는 우리가 그들을 너무 모른다”였다. 다수가 ‘이슬람 포비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우매로만 보지 않았다. 토론의 쟁점은 이슬람 난민의 ‘종교성’ 문제였다. 유럽 난민 사례 등이 참고됐고 이슬람 선교 경험자의 사례도 오갔다. 이슬람인과 접한 바 없는 이들은 대체적으로 관대했다. 경험한 이들은 깊이 우려했다. 참석자 가운데 이슬람국가 A국에서 3년간 살다온 한 목회자의 얘기를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의 얘기를 일반화할 순 없으나 참석자 각자가 가치 판단의 정보로 받아들이기에 내용이 충실했다.

2015년 시리아 난민이 대거 유럽으로 향할 때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그리스 본토,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국경을 넘나들며 난민 취재를 한 적이 있다. 그들에게 긴급구호물자를 나눠주는 세계 각국 봉사자들과 함께였다. 그때 시리아 부자 난민들이 항공편을 이용해 그리스에 도착, 리조트 등에서 가족과 함께 여유 있게 지내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극동 제주까지 항공편으로 온 예멘 난민에게도 놀란 부분이다. 난민 개개인은 선량하다. 돕는 것이 맞다. 그러나 집단화됐을 때 종교적 원칙에 대한 단 한 치의 오차가 없다. 유럽 시민과 우리가 두려워하는 ‘그 무엇’이다. 이슬람 난민 문제에서 우리의 숙제는 종교성이 갖는 문명의 충돌을 어떻게 풀어내느냐 하는 것이다.

전정희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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