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함께 수도 뉴델리 인근 도시 노이다의 삼성전자 신(新)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문재인정부의 아세안 공략 구상인 신남방정책과 집권 2년차 경제 행보 가속화의 일환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취임 후 처음 만나 공장 준공을 축하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준공식 참석을 위해 모디 총리와 함께 번디하우스 역에서 보태니컬가든 역까지 11개 정거장을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했다. 이 구간 건설은 삼성물산이 일부 참여했으며, 열차는 현대로템이 제작했다.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의 상징성을 보여주기 위한 모디 총리의 깜짝 제안에 따른 것이다.
양 정상은 이어 각각 차량으로 노이다 공장으로 향했다. 미리 대기하던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리자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한 뒤 수차례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은 양 정상이 행사장으로 걸어가는 동안 바로 뒤에서 이들을 안내했다. 문 대통령이 삼성그룹 관련 행사에 참석한 것도,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석방된 뒤 공식 행보에 나선 것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의 본격적인 경제 행보 신호탄이자 이 부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 신고식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행사 시작 전 대기실에서 이 부회장과 홍현칠 부사장을 불러 5분간 접견했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을 축하한다”며 “인도가 고속 경제성장을 계속하는 데 삼성이 큰 역할을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께서 멀리까지 찾아 주셔서 여기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 축사에서 “인도의 고속 성장에 우리 기업도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며 “오늘 세계 수준의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모디 총리와 함께 양국 경제 협력의 결실을 축하하고 상생·번영의 미래를 축복할 수 있어 기쁨이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2년 연속 브랜드 신뢰도 1위”라며 “임직원 여러분이 인도 국민과 함께 흘리고 있는 땀은 양국의 우정과 번영의 역사에 커다란 성취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뉴델리의 한 호텔에서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했다. 문 대통령은 “인도 국민들은 현대차를 타고 삼성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한국 국민들은 요가로 건강을 지키고 카레를 즐겨 먹는다”며 “제 딸도 한국에서 요가 강사를 한다”고 깜짝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수시마 스와라지 인도 외교장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쉬운 문제는 아니라서 대화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북·미 협상은 전체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 낙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이다(인도)=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