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도시 정책발표에서 “위대한 시민이 이룬 쾌거”라고 말했다. 리콴유 세계도시상은 살기 좋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데 성과를 보인 도시를 선정해 2년 마다 시상한다. 2010년 스페인 빌바오가 수상한 데 이어 2012년 미국 뉴욕, 2014년 중국 수저우, 2016년 콜롬비아 메데인이 리콴유 세계도시상에 선정된 바 있다.
박 시장은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의 방향이 눈부신 발전 속에서 생겨난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서울의 발전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칭송받았지만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며 “삶을 존중하는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시장은 서울의 도심재생은 대규모 개발이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아닌 ‘삶을 존중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시 도시재생 핵심 가치에는 ‘시민’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하는 지난한 과정이지만 ‘사람이 중심’이라는 신념을 갖고 꾸준히 진화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발표에서는 서울 도시재생 사례로 서울로7017과 연세로, 마포문화비축기지 등이 언급됐다. 박 시장은 “서울역 고가도로를 사람길로 바꾸는 서울로7017은 새로운 상상력이었다”며 “인근 주민 반대가 심했지만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설득했고 서울로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상업화로 개성을 잃어가던 신촌 연세로는 보행자 중심의 거리로 바뀌었고, 석유를 비축하던 탱크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로 문화비축기지로 재탄생했다.
시민 참여형 도시재생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시민참여는 양적으로 늘어났을 뿐 아니라 행정과 결합하면서 고도화된 결과물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시민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다시 시민을 만든다”며 “시민 참여는 도시 공공성을 높이고 공간의 민주화를 촉진시킨다”고 말했다. 또 남북 도시, 세계 도시와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면서 글로벌 리더도시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점도 약속했다.
이날 청중과의 대화에서 박 시장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도 언급했다. 도시계획에서도 놀이터와 공원처럼 삶의 질과 관련된 소확행 공간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