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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수영·잠수, 필사의 탈출… 빠르면 10일 전원 구조

태국 치앙라이주의 한 주민이 9일 탐 루앙 동굴에 17일째 고립된 유소년 축구팀 소년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포스터를 벽에 붙이고 있다. 포스터에는 유소년 축구팀 소년들의 사진과 ‘안전하게 있어 달라(STAY SAFE)’는 문구가 그려져 있다. 태국 정부는 13명 중 4명을 8일 밤 극적으로 구조한 데 이어 9일 오후 추가로 2명을 구조했다. AP뉴시스




일론 머스크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미니 잠수함’ 모습. 그는 태국 탐 루앙 동굴에 갇힌 소년들의 구조에 이 잠수함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P뉴시스


태국 구조대가 9일 오후 탐 루앙 동굴에서 구조한 소년을 앰뷸런스에 태우고 급히 병원으로 떠나는 모습. 태국 정부는 이날 작전을 재개해 나머지 소년 일부를 추가로 구조했다. AP뉴시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동굴을 밝히는 것은 선두에 선 구조대원 헬멧의 서치라이트 하나였다. 길잡이 역할을 해준 것은 흙탕물 위의 동굴 내벽에 설치된 직경 8㎜의 길고 가느다란 밧줄이었다. 앞선 구조대원과 소년 사이에는 또 다른 ‘생명줄’이 연결됐다. 앞장선 구조대원의 안내와 뒤를 받치는 다른 구조대원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으며 이 소년은 1.5㎞가 넘는 구간을 수영하고 때론 잠수했다.

소년이 닷새 전부터 배운 수영과 잠수장비 사용법은 매우 요긴했다. 잠수복과 얼굴 전면을 가리는 잠수마스크를 쓰고 수영과 잠수, 걸음을 반복했다. 탈출하는 동안 ‘마의 코스’도 있었다. 잠수에 숙달되지 않은 소년이 빠져나오기 힘든 비좁은 통로를 마주한 것. 이곳에선 구조대원이 대신 산소통을 들었다. 배수펌프가 잠시라도 작동을 멈추면 동굴 내에서 물이 다시 차오를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수영과 잠수를 계속했다. 마침내 구조대원들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소년은 2㎞ 떨어진 동굴 입구까지 걷고 또 걸어서 동굴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

험난한 과정을 이겨내고 8일 밤(현지시간) 밝은 세상으로 나온 태국 치앙라이주 탐 루앙 동굴 속 유소년 축구팀 ‘무 빠(야생 멧돼지)’ 첫 번째 생존자 몽꼰 분삐암(14)의 탈출기다. 그는 구조 직후 쁘라차눅로 병원으로 옮겨져 진료를 받았다. 같은 날 3명이 추가로 구조됐다. 8일 구조된 소년 4명은 현재 비교적 건강하지만 감염 우려로 병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분삐암의 모친은 “아들이 살아 돌아올 것을 믿고 있었다”고 감격에 차서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태국 정부는 탐 루앙 동굴에 17일째 갇힌 소년들의 구조작업을 9일 오후 재개해 추가로 4명을 구조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현장에선 구조된 소년들을 태운 구급차가 드나드는 모습이 목격됐다. 현재까지 모두 8명이 구조됐고, 동굴에는 5명이 남았다. 축구팀 코치는 아직 동굴 내에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전원 구조에는 최대 나흘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구조작업이 당초 일정보다 빨라지고 있다.

아누퐁 파오진다 태국 내무부 장관은 “구조된 소년들의 컨디션이 좋다”며 “그들은 대체로 강하고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구조 과정의 난도가 높아 전원 구조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태국은 현재 우기이며 9∼11일에 비가 올 가능성이 80∼90%라고 태국 정부는 전했다. 만약 폭우가 쏟아지면 동굴 안 수위는 빠른 속도로 올라가 배수작업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4곳에 달하는 침수 구간에서는 진흙 때문에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안내용 밧줄에 의지해 이동해야 한다. 특히 수영을 거의 하지 못하는 소년들이 폭이 좁은 구간에 맞닥뜨리면 탈출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동굴 안 산소 농도가 낮아지는 것도 문제다. 일부 구간의 산소 농도는 한때 위험 수준인 15%까지 떨어졌다.

태국 보건 당국 관계자는 “구조된 소년들은 혈액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가족들과 포옹 등 신체적 접촉을 할 수 없다. 대화만 허용된다”고 말했다. 앞서 태국 해군 특수부대는 동굴 속 소년들에게 편지를 받아 부모에게 전달했다. 편지에는 “아빠 엄마 사랑해요” “모두 보고 싶어요” “가게 일을 도와드릴게요” 등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조민아 이택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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