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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의사 이국종



어느 의사는 몇 년 전 한 기고문에서 중증외상환자 수술 권위자인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에 대해 이렇게 썼다. 이 교수가 오랜 노력 끝에 권역외상센터를 만들었을 때다. “내가 아는 이 교수는 센터를 만들었다고, 센터장이라고, 매스컴에 얼굴 내밀며 수술 아닌 다른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 그는 이전과 똑같이 피가 철철 나는 환자를 수술실로 끌고 들어가 밤새 수술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이 교수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제안했으나 이 교수는 고사했다. 이 교수는 지방선거 직후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만난 자리에서 의료계 내부 정치마저 서툰데 어떻게 중앙정치를 하겠느냐며, 센터 상황이 한국당보다 100배는 안 좋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2011년 아덴만에서 해적들의 총격을 받은 석해균 선장, 북한군이 쏜 총탄 5발을 맞은 귀순 병사를 살려낸 명의다. 대부분의 병원이 적자를 본다며 외면하고, 의사들도 힘들어서 기피하는 중증외상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헌신해 온 인물이다. 이 교수가 어떻게 보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제안을 품위 있게 거절했기에 망정이지 국민들은 하마터면 의사다운 의사 한 명을 잃을 뻔했다. 정치와는 거리가 먼 그가 친박과 비박의 이전투구 속에서 할 수 있는 역할도 없고 역할을 할 이유도 없다.

김 대행이 이 교수를 만나기 두 달 전 이런 일도 있었다. 국회도서관에서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과연 돌파구는 없는가’라는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대한외과학회 등이 국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이 토론회에서 이 교수는 여야 의원이 없는 것을 보고 “5개 외과학회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기는 매우 어려운데 정작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이 자리에 없다. 이럴 거면 우리끼리 다른 데서 해도 되지 않느냐”며 “어제 한 시간도 못 자고 발표자료를 만들었지만 이게 무슨 소용이냐”고 한탄했다. 이 교수가 필요로 할 때는 외면하다가 반대의 상황이 되자 그를 찾은 것이다.

한국당은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에 진짜로 수술 전문가를 부른 것일까, 아니면 그의 명망 뒤로 숨으려 했던 것일까. 한국당의 기상천외한 발상에 일부에서는 외과 의사가 아니라 정신과 의사가 필요하다는 조롱도 나왔다. 이 교수를 의사로 그냥 놔두는 것이 우리 사회에 더 좋을 것이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그를 정치권으로 끌어들일 생각을 말기 바란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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