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최대 1조 달러 무역전쟁”… 끝모를 치킨게임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양국 간 최대 6000억 달러(671조원) 규모의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1조 달러(1118조원)를 넘는 규모의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은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관세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양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엄청나다. 투자은행 UBS는 5일 “이번 1차 관세 부과는 양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큰 충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관세전쟁 규모가 커질 경우엔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양국의 충돌이 확대될 경우 6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위해 각각 500억 달러의 품목 리스트를 준비한 상태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중국이 보복관세를 천명하자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10%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뒤 다시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여하겠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다만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언급한 4000억 달러에 대한 보복관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FT는 “G2 간 무역전쟁 규모가 지난해 양국 교역액인 635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면서 “만약 사태가 계속 악화돼 중국도 미국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하면 양국 간 무역전쟁 규모는 현재 예상되는 것(6000억 달러)의 2배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전 세계 무역전쟁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세계적 신용평가사 피치는 전날 세계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한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항복하지 않겠다면서도 “절대로 첫발을 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중국은 4일 밤 국무원 성명을 통해 “미국이 실제로 먼저 관세를 발효시키는지를 본 뒤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차 때문에 실제로는 중국이 미국보다 먼저 관세를 부과하는 형태가 되자 눈치를 본 것이다. 중국이 먼저 관세를 발효하면 관세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교착 상태인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5일 현재까지 미·중 양국의 관세전쟁이 당장 철회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협상 재개는 가능하지만 타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양국은 3차례 고위급 무역 협상을 가졌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전쟁이 장기화되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유럽연합(EU)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한편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가 이미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산 체리가 중국 세관에서 1주일간 묶여 훼손돼 반송되는가 하면 동물사료도 검역 강화로 통관이 늦어지고 있다. 또 무작위로 진행됐던 미국산 자동차 역시 지난 한 달간 검사받는 경우가 98%나 증가했다. 여기에 중국인들의 미국 관광 제한과 미국 제품의 중국 내 판매금지 등 ‘한미령(限美令)’ 조짐도 보이고 있다. WP는 “중국 내 미국 기업만이 아니라 미국 내 기업들도 원자재 조달비용과 높아진 수출장벽 등 이미 양국 관세전쟁을 체감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