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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따뜻한 기내식 먹으며 꽃다발 받을 때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기내식 대란’이 나흘째 계속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대처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직접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나흘간 불편을 겪은 승객들과 현장에서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직원들을 감안하면 너무 늦은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회장은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기내식 대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박 회장은 “지난 3일간 연세대 총동창회장으로서 중국 칭다오 세브란스병원 착공식에 참석하느라 기자회견이 늦어져서 죄송하다”며 “기내식 사태로 불편을 끼쳐 국민과 승객 여러분께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기내식 대란의 원인과 각종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으나 자신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우선 기내식 공급업체 교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를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 회장은 “기존 기내식 공급을 담당하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는 지분율이 80대 20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불리한 조건이었기 때문에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는 게이트고메코리아와 새로 계약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내식 공급 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기내식 대란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있었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아 사태를 더 키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책임이라는 것은 당장 질 일이 있고 두고두고 질 일도 있다”면서 “지금은 책임이 문제가 아니라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룹 위기 상황에서 오너 일가의 행태가 논란을 빚은 점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해명이 이어졌다. 딸 세진(40)씨가 사회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그룹 계열사인 금호리조트 상무로 입사해 낙하산 의혹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선 “인생공부도 하고 사회공부도 시키기 위해 중요도 낮은 계열사에 임원으로 보냈다”며 “예쁘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기내식 없이 이륙하는 ‘노 밀’ 운항으로 인한 승객들의 불편은 5일이 지나면 해소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그룹 오너 일가의 비리를 폭로하는 집회를 열기로 해 기내식 대란 사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이날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기내식 대란 이후 회사의 대처와 직원에 대한 부당 처우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직원들은 6∼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 회장의 갑질과 비리를 폭로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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