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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출신과 IT컨설턴트인 영국 동굴 탐험가가 일으킨 기적

영국 출신 동굴 탐사 전문가 리처드 스탠턴(왼쪽)과 존 볼랜던(오른쪽)이 3일 태국 치앙라이의 탐 루앙 동굴 실종자 수색현장에서 구조팀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동굴 조난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쳐온 두 사람은 태국 동굴에서 실종된 유소년 축구팀 13명도 지난 2일 최초로 발견했다. AP뉴시스


“동생 생일날 산 케이크는 아직 냉장고에 있어요.”

태국 치앙라이 탐 루앙 동굴에서 실종됐다가 열흘 만에 발견된 축구 유소년팀 멤버 중 한 명인 피라팟 솜피엔자이의 누나는 4일 AFP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별명이 ‘나이트’라는 솜피엔자이는 유소년팀이 실종된 지난달 23일 16번째 생일을 맞았다.

솜피엔자이의 누나를 비롯해 가족은 생일상을 차려놓고 솜피엔자이를 기다렸다. 하지만 유소년팀 실종 소식이 들려오면서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그런데, 솜피엔자이의 생일이 바로 동굴에서 실종됐던 유소년팀의 생명을 구했다. 아이들이 솜피엔자이의 생일을 동굴에서 축하하려고 간식을 샀던 것이다. 아이들은 동굴에서 간식을 먹으며 열흘을 버텼다. 방콕포스트는 또 “아이들은 함께 있던 에카폰 찬타웡세(25) 코치의 지시에 따라 움직임을 최소화해 에너지를 아끼는 한편 동굴 천장과 종유석에 맺힌 물을 마시며 지냈다”고 전했다.

솜피엔자이의 누나는 “며칠간 구조 작업에 진척이 없었을 때도 우리 가족은 동생이 살아 돌아올 것을 믿고 케이크를 버리지 않았다”면서 “동생이 오면 생일파티를 다시 해야겠다”고 말했다. 솜피엔자이를 비롯해 유소년팀 멤버의 가족은 실종 소식을 접한 직후부터 동굴 입구를 떠나지 않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구조대는 아이들을 발견한 직후 고열량의 젤리와 해열제 등을 제공했다. 이후 아이들의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밥과 구운 돼지고기, 우유를 먹도록 했다. 태국 해군 특수부대가 4일 공개한 1분 분량의 새로운 영상에는 보온용 은박시트를 몸에 걸친 채 모여 앉아 있는 아이들 모습이 담겼다. 전날보다 훨씬 밝은 표정으로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우리는 건강히 잘 있다”는 내용의 안부를 전했다. 다만 가족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구조 작업은 폭우로 동굴에 물이 가득 찬 상황이라 우기가 끝날 때까지 수개월 동안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지난 2일 동굴에서 아이들을 처음 찾은 영국인 동굴 탐험가 2명에게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50대 소방관 출신인 리처드 스탠턴과 40대 IT 컨설턴트인 존 볼랜던이다.

두 사람은 지난달 23일 태국 치앙라이주에 있는 탐 루앙 동굴에 도착했다. 동굴 속에 들어간 13명이 실종된 사실이 알려진 지 사흘 뒤였다. 영국 BBC방송 등은 태국 당국이 이들에게 직접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볼랜던과 스탠턴은 영국 지하매몰자 구조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영국동굴구조위원회(BCRC) 소속이다. 태국에는 두 사람 외에 BCRC 소속 다른 전문가 로버트 하퍼까지 모두 3명이 파견됐다.

BBC는 “볼랜던과 스탠턴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전문가”라면서 “태국 동굴에서 두 사람은 기대에 부응해 수㎞나 되는 동굴 속 바닥을 기고 급류 속을 헤엄쳐 생존자들을 확인하고 향후 구조 계획의 토대를 세웠다”고 소개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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