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뭉갠 폼페이오… 대변인 통해 공개적 묵살



미국 국무부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비핵화 시간표 주장을 반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을 앞두고 시간표 주장을 방치할 경우 북한과의 협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일부 개인들(some individuals)이 시간표를 말하지만 우리는 그런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1년 이내 비핵화’를 주장한 볼턴 보좌관을 겨냥한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1일 미 CBS에 출연해 “폼페이오 장관이 조만간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1년 이내에 폐기하는 방법을 북한과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볼턴 보좌관의 ‘1년 시간표’는 다음날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도 거론됐다. 세라 샌더스 대변인은 “볼턴 보좌관이 말한 건 북한이 비핵화 결정을 내렸다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1년 이내에 폐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백악관 대변인까지 1년 시간표를 언급하자 비핵화 시간표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컨센서스를 이룬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돌았다.

그러나 노어트 대변인은 이런 시각을 부인했다. 그는 ‘일부 개인들’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볼턴 보좌관의 주장을 사견으로 취급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의 회담을 고대하고 있다”며 “볼턴은 방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협상을 하는 건 폼페이오 장관이니 간섭하지 말라’는 뜻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대변인 입을 통해 볼턴 보좌관의 주장을 묵살한 셈이다.

대북 강경파 볼턴과 협상파 폼페이오가 충돌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폼페이오는 볼턴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리비아 모델을 언급해 북한을 자극하자 ‘회담을 깨려는 수작’이라며 노발대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회담 준비 과정에서 볼턴을 배제시켰다. 볼턴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 때 자기 방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한 건 그 때문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볼턴은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후속 조치와 실무 협상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자 공개적으로 ‘1년 시간표’를 꺼내들어 다시 폼페이오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이에 대해 공개적인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국무부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볼턴 주장을 부인했기 때문에 비핵화 시간표가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건 확인된 셈이 됐다.

노어트 대변인은 회담 일정과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1박2일간 평양에 머물며 북측과 회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5일 워싱턴을 출발해 6일 평양에 도착한다. 진보 성향 주간지 ‘더 네이션’은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 파트너는 김 부위원장에서 외교라인인 이용호 외무상으로 교체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의 핵무기 은폐 시도와 미사일 증산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북·미 협상을 방해하려는 시도라는 미국 전문가의 비판이 나왔다. 외교안보 전문가 팀 쇼룩은 더 네이션에 ‘숨어서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있어도, 북·미 대화는 계속된다’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쇼룩은 이 글에서 “북한이 핵무기 은폐를 시도할 것이라는 최근 N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 보도는 모두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비공개 보고서를 토대로 한 것이지만 국방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며 “전문가들은 보고서도 읽어보지 않고 북한이 벌써 배신했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쇼룩은 북한의 미사일 증산 의혹을 제기한 월스트리트저널에 대해서도 “위성사진만 갖고 내부 변화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보도의 진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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