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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태원준] 비행기 타기 찝찝한 여름



‘인천공항 인산인해’란 제목의 사진이 신문에 등장할 때가 됐다. 지난해 여름엔 7월 14일이었다. 하계 성수기 시작 전날이었는데 사진 속 출국장은 발 디딜 틈 없었다. 이날부터 8월 20일까지 인천공항 출입국 여객은 700만명에 육박했다. 7월 29일은 하루에 10만5000여명이 출국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경제가 어렵다는데 넉넉한 사람은 왜 그리 많은지 해외여행객은 해마다 늘어난다.

올해도 트렌드는 계속되고 있다.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가 1∼5월 한국인의 여행 행태를 조사했더니 국내여행은 줄고 해외여행은 늘었다. 여름휴가 역시 같은 양상을 보일 거라고 한다. ‘소확행’과 ‘포미족’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2030세대, 평생 일에 매달리다 나를 위한(For Me) 삶에 눈을 뜬 5060세대가 앞 다퉈 공항을 찾는다. 올여름 인천공항은 아마도 최다 여객 기록을 다시 갈아치우지 싶다.

가장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건 역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다. 지난해 7∼8월 대한항공은 297만명, 아시아나는 112만명을 인천공항에서 태우고 내려줬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항공사는 최근 나란히 민낯을 드러냈다. 대한항공 조현민씨의 물컵 갑질은 거대한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조양호 회장 일가는 석 달 새 경찰 검찰 국세청 등 11개 기관의 조사를 받으며 10차례 포토라인에 섰고 4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아시아나는 기내식 대란을 자초했다. 납품업체 변경 과정의 갑질 논란을 보면 총수의 경영권을 챙기다 빚어진 사태란 의혹이 짙다. 어쩌면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일이 너무나 미숙한 일처리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조사에 나섰고 박삼구 회장은 사과했다. 경쟁사와 같은 과정을 경쟁하듯 밟고 있다.

대한항공 사태에선 내부 폭로가 줄을 이었다. 이번엔 아시아나 직원과 하청업체가 들고 있어났다. 두 회사의 요즘 분위기가 어떨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지난주 대한항공기와 아시아나기가 지상에서 충돌한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내부 혼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래도 여름은 왔고 휴가는 가야 한다. 많은 사람이 두 항공사 비행기를 타게 될 것이다. 회사 사정이 제발 항공 안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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