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통일농구’… 南선수단, 첫 군용기 방북

남측 남자 농구대표팀을 이끌고 통일농구대회 참석차 방북한 허재 감독이 3일 우리 군 수송기를 이용해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한 뒤 북측 관계자로부터 신원 확인을 받고 있다. 우리 군 수송기의 북한 내 착륙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 농구선수들이 함께 뛰는 통일농구대회가 15년 만에 열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기를 관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둔 김 위원장이 평양에 온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 장관이 이끄는 방북단(선수단, 정부 대표단 등) 101명은 3일 오전 11시10분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군 수송기(C-130H) 2대에 나눠 타고 이륙한 지 70분 만이다. 방북단이 군 수송기를 이용함에 따라 우리 군용기의 첫 북한 방문 기록이 세워졌다.

순안공항에는 원길우 북한 체육성 부상이 마중 나왔다. 조 장관은 원 부상과 만나 “남측 주민의 따뜻한 마음과 화해·협력을 바라는 마음을 같이 안고 왔다. 이런 마음을 북측 주민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원 부상은 “지난 1월 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남측 성원을 여러 번 만났는데, 만나볼수록 정이 통하고 통일에 대한 열망도 강렬해지는 걸 느낀다”고 화답했다.

방북단은 옥류관에서 김일국 북한 체육상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남측 여자대표팀의 박혜진 선수는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평양 시내가) 훨씬 좋아 보이고 주민 표정도 밝아서 남측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말했다.

경기는 4일과 5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다. 4일에는 남북 선수가 혼합된 ‘평화팀’과 ‘번영팀’이 경기를 치른다. 5일에는 남북 대표팀 간 친선경기가 열린다. 남북은 1999년 9월 평양에서 첫 통일농구대회를 치르고, 같은 해 12월 서울에서 2차 대회를 열었다. 직전 경기는 2003년 10월 평양에서 열렸다. 2003년 대회에서는 당시 세계 최장신 선수였던 이명훈(235㎝)이 이끈 북측 남자대표팀이 우리 대표팀을 29점 차로 대파했다. 여자부 경기는 우리가 4점차 신승을 거뒀다.

남자대표팀의 허재 감독은 기자들과 만나 “1년에 한두 번이라도 함께 경기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선수로서 통일농구를 경험했던 그는 “감독으로 가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북한의 전력에 대해서는 “국제대회에 안 나온 지 10년 정도 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통일농구대회는 단순한 남북 체육 교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우선 ‘농구광’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 직접 경기장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산림 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과 남북 경협을 책임지는 통일부 장관의 회동이 이뤄진다면 경협 로드맵이 논의될 수 있다.

조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이 일부 겹침에 따라 평양에서 남·북·미가 회동할 가능성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시간 5일 평양을 향해 출발하기 때문에 6일 오후 평양을 떠나는 조 장관과 반나절 정도 평양에 함께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성남공항에서 “일단 가서 보자”며 즉답을 피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최승욱 이경원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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