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계 獨 작가 ‘히와 K’, “난민 문제 야기한 이면 담았죠”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의 ‘보이스리스’전에 참가한 쿠르드족 출신 독일 작가 히와 K. 그는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서구가 아닌 아시아에서 전시를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지난해 독일 카셀도쿠멘타에서 화제를 모았던 히와 K의 노란색 콘크리트 파이프 작품 ‘우리가 이미지를 내쉴 때(When we are exhaling images)’. 국민일보DB
 
‘보이스리스’전에 출품한 영상 작품 ‘위에서 본 장면’의 스틸 컷.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지난해 독일 카셀에서 개최된 세계적 현대미술제전 카셀도쿠멘타의 화제작 중 하나는 프리데리치아눔 미술관 앞에 설치된 노란색 콘크리트 파이프 더미였다. 배수관으로 쓰이는 이 건축자재가 대학생들의 임시 거주지로 변신한 탓이다. 쿠르드계 독일 작가인 히와 K(43)가 지역 대학생들과 협업해 파이프 내부를 화분과 커튼, 책상 등을 둔 생활공간으로 꾸민 설치작품이다. 쿠르드 난민들이 실제 사는 누추한 삶의 공간을 미술 작품으로 소환해 화제를 모았던 그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개최 중인 기획전 ‘보이스리스-일곱 바다를 비추는 별’에 초대작가 7명 중 1명으로 참석했다. 지난달 28일 전시장에서 작가를 만났다.

“난민 그 자체가 아니라 무엇이 난민 문제를 야기했는지 환기하고자 하는 게 목적입니다. 이를테면 독일이 터키에 판매하는 무기가 이라크와 싸우는데 쓰이잖아요. 결국 (난민을 양산하는) 내전 뒤에는 자본주의적 욕망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들은 자본주의를 직접 비난하지 않는다. 그는 “가르치듯이 말하고 싶진 않다. 직접적인 언급은 더 이상 시(詩)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전시에는 카셀도쿠멘타 출품작 4점 가운데 콘크리트 파이프 작품을 제외한 3편의 영상작품이 나왔다. 영상작품 ‘위에서 본 장면’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 모형을 카메라가 부감하듯 훑는 가운데 내레이터가 어느 쿠르드 난민 이야기를 소개한다. 난민 입국 심사에 통과하려면 ‘안전하지 않은 지대’에서 왔다는 걸 증명해야 하지만 그는 번번이 실패한다. 그래서 살아보지도 않은 도시에 관한 정보를 달달 외워 심사에 통과한다는 ‘황당하면서도 슬픈’ 스토리다. 난민을 대하는 유럽 중심적 시각과 관료주의를 꼬집는다.

영상 속 모형은 1991년 걸프전으로 파괴된 이라크의 어느 도시를 상정한다. 실제론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된 카셀의 도시 모형을 사용해 카셀시에 ‘어퍼컷’을 날렸다. 카셀은 항공기와 전차 제조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연합군으로부터 공습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세계적인 군수산업 도시이다. 카셀도쿠멘타 창설자를 기리는 아르놀트 보데 상을 받았던 그는 “시상식에서 군수공장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계획했다가 군수산업계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웃었다.

히와 K는 이라크 거주 쿠르드족 출신으로 25세 때 독일로 건너왔다. 이전까지 화가였다는 그는 유럽에서 목격한 미술이 서구 중심적으로 진행되는 것에 충격을 받고 화가로 살기를 포기했다. “1998년 왜 예술을 그만뒀는지를 이야기하려고 퍼포먼스를 벌인 게 터닝 포인트였다”는 작가는 자신의 몸을 매체로 사용해 작업을 한다. 그게 미술계의 눈에 설치, 영상, 퍼포먼스로 비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독일까지 걷고 또 걸어 피난 왔던 자전적 경험을 녹여 곡예사처럼 이마에 장대 거울을 세워놓고 산악지대를 걷는 행위를 하는데, 이것이 퍼포먼스로 해석되는 식이라고.

서울 전시에는 쿠르드족의 시위 현장에서 작가가 하모니카를 불거나, 반체제 인사를 가두는 이라크의 악명 높은 교도소를 찾아 심장박동에 맞춰 자신이 탭댄스를 추는 모습을 담은 영상 작품을 각각 내놓았다. 정형성을 벗어난 그의 작업 세계는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미술계의 좌파 엔 오쿠이 감독의 눈에 띄었고, 베니스비엔날레 참여작가가 되면서 일약 국제 미술계 스타로 부상했다. 전시는 8월 15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