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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과로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과로는 사실 상습적이다. 꼼꼼한 스타일에 워커홀릭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문 대통령이 노무현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하면서 1년 동안 치아 10개를 뽑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청와대 참모 시절에 이 정도였으니 대통령이 된 후에는 사명감 때문에라도 더 일에 매달렸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어금니 2개를 더 뽑고 잇몸을 절개한 뒤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 어금니 쪽에 솜을 문 채 사드 배치 관련 대국민 메시지를 준비했다고 한다. 탄핵 정국을 거쳐 대선을 치르자마자 인수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집무를 시작해 피로가 누적된 것이 원인이었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청와대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 그래서 청와대에서 일하면 이 한두 개쯤 빠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임 실장은 손에 물집이 생기는 포진에 걸리는가 하면, 옷도 혼자 잘 못 입을 정도로 어깨와 뒷목 통증이 심해 병원 예약을 했으나 시간이 없어 못간 적도 있다. 목뒤에 난 선명한 부항 자국이 사진기자들의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과로로 인한 감기몸살로 며칠 쉬고 업무에 복귀한 문 대통령이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늘 강조해오다가 과로로 탈이 나 민망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과로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이러는데 참모들이 쉴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달부터 300인 이상 기업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됐다. 물론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공무원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대상이 아니다. 초과근무 금지 규정도 없다. 더구나 청와대는 24시간 국정을 챙겨야 하는 시스템이다. 북핵과 관련한 한반도 상황이 숨 가쁘게 진행돼 왔고 경제도 좋지 않다. 워라밸을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도 주 52시간 근무제에 보조를 맞추는 시늉 정도는 낼 필요가 있다.

5년간의 재임기간은 마라톤이나 다름없다. 마라톤을 뛰면서 의욕이 앞서 100m 달리기 하듯이 전력질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제 겨우 1년이 지났는데 벌써 지치거나 아파서야 되겠는가. 문 대통령은 따로 이렇다 할 운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몸살감기를 계기로 건강관리 대책을 마련하는 게 좋겠다. 임 실장도 이가 더 빠지기 전에 휴일에 등산을 가거나 이따금 연차휴가를 내 좋아하는 골프도 치면 어떨까.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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