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핵화 시간표를 둘러싼 미국 3인방의 온도차

사진=AP뉴시스


‘슈퍼 매파’ 존 볼턴(왼쪽 사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다시 북한을 압박하고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를 ‘1년 이내’로 제시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가 “볼턴의 제안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할 만큼 강경하다.

볼턴 보좌관은 1일(현지시간)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1년 이내에 폐기하는 방법을 놓고 조만간 북한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1년 안에 비핵화를 끝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이미 했다면 우리는 빠르게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뒤에 제재가 해제되고 한국과 일본의 지원 등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지 않는 대표적 대북 강경파다. 그는 CBS 인터뷰에서도 “북한은 과거 수십년간 협상을 시간끌기로 활용해 왔다”며 “김정은은 싱가포르에서 여러 차례 ‘자신은 이전 정권과 다르다’고 했는데 이제는 행동으로 말하라”고 요구했다.

폼페이오(오른쪽) 장관은 ‘비핵화 시간표는 없다’고 했던 최근 발언과 달리 이번 주 비핵화 시간표를 가지고 방북할 것으로 보인다고 NYT가 보도했다. 다만 이 시간표가 구체적인 것인지 또는 1년 이내 비핵화 일정을 담은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이번 방북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시설, 미사일 등의 기본적 리스트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NYT는 북한의 핵 신고가 비핵화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볼턴 보좌관은 자신의 ‘리비아식 비핵화’ 발언이 북한의 반발을 초래한 이후 대북 강경 발언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조치와 추가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다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달 20일 폭스뉴스에서 “미국은 길게 늘어지는 회담에 관심 없다”며 북한의 신속한 행동을 촉구한 데 이어 10여일 만에 ‘1년’ 시간표를 들이민 것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문제가 신속히 해결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이내’ 비핵화 시간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다는 취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 모닝 퓨처스’에 출연해 “북한이 비핵화에 매우 진지하다고 생각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는 좋은 케미스트리(궁합)를 갖고 있다”고 말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믿기 어려울 정도의 돈이 들어가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미친 짓”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분석이 다르다.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는 ‘6∼10년’으로 예상했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1년7개월∼2년6개월’로 전망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이택현 기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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