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신고할지 ‘촉각’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가 분석한 북한 함경남도 함흥의 미사일 제조 공장 위성사진. 올해 4월 1일 촬영된 왼쪽 사진보다 6월 29일 찍은 오른쪽 사진에 제조 시설 등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 중에도 미사일 제조 시설을 확장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비핵화 시간표를 ‘1년 이내’로 못 박으며 북한의 액션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볼턴 보좌관이 강도 높은 시간표를 제시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비핵화 조치에 속도를 내라고 북한을 압박하는 의미다.

볼턴 보좌관의 ‘1년’ 언급이 실제로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에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 일정표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는 1년 내 비핵화가 이뤄지기 위해선 북한이 핵 프로그램,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리스트를 전면 공개하고 폐기에 협조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조건으로 삼았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주 평양을 방문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행보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북한 방문을 통해 북한 당국으로부터 핵무기와 핵물질, 핵시설, 미사일 등의 리스트를 제출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폼페이오 장관의 비핵화 일정은 북한이 모든 무기와 생산시설, 미사일을 신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전했다.

결국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핵탄두와 핵물질, 핵시설, 미사일 등을 완전하게 공개할 수 있느냐다.

미 정부는 실제로 북한이 그동안 비밀리에 운영해온 우라늄 농축시설을 신고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북한이 잘 알려진 영변 외에 ‘강성’ 지역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있으며, 이곳에는 원심분리기 수천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전직 정보 당국 관계자는 “북한이 이 시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은 물 건너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보 당국과 연구소는 여전히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할 의향이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던 시점에도 함경남도 함흥의 미사일 제조 공장을 확장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가 새로운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4월엔 미사일 공장에 새 건물이 보이지 않았으나 5∼6월에 대부분의 공사가 끝나가는 모습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 공장은 고체연료 탄도미사일과 대기권 재진입체를 만든다. 앞서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북한이 미사일 생산시설 두 곳을 더 가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1일(현지시간) 미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미국의 인내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핵탄두·핵시설 은폐 의혹과 관련해선 “북한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가동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는 1일 판문점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메시지는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것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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