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러시아… 2002 한국 돌풍 빼닮았네

러시아의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맨 왼쪽)와 선수들이 1일(한국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스페인을 누르고 8강행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이날 아킨페예프는 승부차기에서 2개의 슈팅을 막으며 러시아의 수호신으로 떠올랐다. 신화뉴시스


한국은 스페인과의 2002년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이어지는 혈투에도 0대 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에 임했다. 한국은 경기장을 가득 뒤덮은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과 골키퍼 이운재의 선방에 힘입어 승부차기 스코어 5대 3으로 승리하며 4강에 진출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개최국 러시아가 2002년의 한국에 필적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러시아는 1일(한국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 스코어 4대 3으로 스페인을 누르고 8강에 진출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스페인이 질 수 없는 경기였다. 스페인은 74%의 점유율로 경기 내내 볼을 컨트롤했고 25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하지만 단 1개의 슈팅도 러시아의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전반 12분 스페인이 올린 1점은 러시아의 자책골이었다.

러시아는 철저한 압박 수비로 스페인에게 쉬운 패스를 허용하지 않았다. 공간을 찾지 못한 스페인은 의미 없는 공 돌리기만 반복했다. 러시아는 전반 40분 스페인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의 핸들링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러시아는 연장전에서도 스페인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최종 스코어 1대 1로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결국 러시아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가 스페인의 슈팅을 2개나 막아내며 8강에 진출했다. 러시아 선수들은 120분 동안 146㎞를 뛰면서 137㎞를 뛴 스페인을 앞섰다. 러시아는 생각보다 빨리 3명의 교체카드를 소진하면서 경기 막판 선수들이 다리에 쥐가 나 쓰러지기도 했지만 투혼으로 버텨나갔다.

이번 대회의 러시아는 여러 면에서 2002 한·일월드컵 때의 한국과 유사하다. 선수 개개인의 역량은 스페인에 비해 부족하지만 체력과 활동량, 투지를 앞세워 120분을 최저실점으로 버텨낸 뒤 승부차기에서 골키퍼의 선방으로 승리를 따냈다. 한국과 러시아 모두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각각 폴란드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완승하며 국민의 기대감을 크게 높였다. 여기에 조국의 승리를 바라는 홈 관중들의 엄청난 함성이 선수들에게 힘을 보탠다.

오히려 대진 운만 놓고 보면 러시아는 2002년의 한국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 1위로 16강에 진출했으나 우승후보인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을 차례로 상대했다. 16강전 이탈리아, 8강전 스페인과 연장 혈투를 치렀고 4강에서 독일을 만난 한국은 체력 한계 등으로 결국 0대 1로 패배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번 월드컵 8강에서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대인 크로아티아와 맞붙는다. 4강에 진출해도 만날 수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 이내의 팀은 스위스(6위)뿐이다. 다만 스위스는 우승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않아 버거운 상대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러시아가 홈에서 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1966 잉글랜드월드컵 4위)을 경신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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