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처럼 ‘해저드 탈출’… 박성현, 메이저 2승

박성현이 2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킬디어의 켐퍼 레이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4라운드 16번홀에서 세 번째 샷을 친 후 공의 궤적을 살펴보고 있다. LPGA는 박성현이 워터 해저드 바로 앞에서 시도한 세 번째 샷이 박세리가 1998년 US여자오픈 연장 18번홀에서 보여준 ‘맨발 투혼’(오른쪽 사진)을 떠올리게 했다고 평가했다. 신화뉴시스·국민일보DB


박성현(25)이 16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날린 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골프 클럽을 머리 위로 올렸다 내렸다. 공은 그린에 못 미쳐 워터 해저드쪽으로 흘렀다. 물에 빠지진 않았지만 무릎까지 오는 풀 때문에 샷을 하기 쉽지 않았다. 주변을 살펴본 박성현은 로브샷으로 공을 띄웠고 공은 홀 50㎝ 부근에서 멈췄다. 이를 확인한 박성현이 오른쪽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성현은 2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킬디어의 켐퍼 레이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4라운드 16번홀에서 기사회생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성현은 선두를 달리고 있던 유소연(28)과 격차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그림 같은 로브샷으로 16번홀을 파세이브로 마쳤다. LPGA 투어 홈페이지는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로, 20년 전 박세리가 비슷한 상황에서 맨발로 샷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박세리는 1998년 US여자오픈 연장 18번홀에서 맨발 투혼을 펼친 끝에 우승했다.

16번홀을 잘 막은 박성현은 17번홀에서 2타를 잃은 유소연과 동률을 이뤘다. 18번홀에선 두 사람 모두 타수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이날만 8타를 줄이고 경기를 마친 하타오카 나사(19·일본)를 포함한 세 명이 10언더파로 동률을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

1차 연장이 열린 18번홀에서 하타오카가 버디를 잡는 데 실패하면서 먼저 탈락했고, 박성현과 유소연이 16번홀에서 2차 연장에 들어갔다. 박성현과 유소연이 각각 버디 퍼트를 남겼다. 박성현의 버디 퍼트가 성공한 반면 유소연의 퍼트는 홀컵을 살짝 벗어나 최종 승자가 가려졌다. 평소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박성현이지만 우승 확정 후 캐디와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박성현은 경기 후 “(올해) 컷 탈락이 5번 있어 정말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었는데 이번 주 정말 좋은 플레이가 나왔다”며 “그간 힘들었던 것을 보상 받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3라운드까지 4타 앞선 선두로 이날 최종 라운드에 임했지만 17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고 연장에서 덜미를 잡혀 메이저 3승에 실패했다.

반면 박성현은 지난해 7월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1년 만에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며 상금 54만7500달러(약 6억12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인으로는 박세리(1998·2002·2006년), 박인비(2013∼2015년)에 이어 이 대회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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