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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은 악바리… 고교 시절 급성빈혈에도 “괜찮아요”

한국 축구 대표팀의 구자철이 지난 28일(한국시간)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최종전 독일과의 경기 후반전 중 교체돼 그라운드를 나오고 있다. 경기 시작 이후 교체될 때까지 쉬지 않고 경기장을 달린 그는 혼자서 걸어 나오지 못해 의료진의 부축을 받았다. AP뉴시스
 
구자철(가운데)이 지난해 서울 송파구 보인중학교 축구부를 방문한 모습. 선글라스를 착용한 인물이 구자철의 은사인 문선철 보인중·고교 축구부 감독이다(오른쪽 빨간 원). 문선철 감독 제공


지난 28일(한국시간) 2018 러시아월드컵 독일과의 조별리그 최종전 후반 추가시간에 한국의 두 번째 골이 터졌을 때, 구자철은 홀로 절뚝이며 동료들에게 달려가 마지막으로 뒤엉켰다. 그는 이 경기 중 당한 부상으로 무릎이 부어 제대로 구부리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구자철은 경기가 끝난 뒤 “내 몸보다 팀 승리가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축구계는 구자철을 ‘많이 뛰는 선수’로 기억한다. 중원에서 헌신적으로 뛰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수라는 평가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두 개의 심장’ ‘산소탱크’라 불리던 박지성조차 2012 런던올림픽 때 구자철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많이 뛰는 거지?” 하고 놀랐을 정도다.

학창 시절 구자철을 지도한 문선철(52) 보인중·고교 축구부 감독의 기억은 더욱 생생하다. 그는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철이는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었다. ‘몸을 너무 던지지 말라’고 지도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문 감독의 말에 따르면 구자철은 말 그대로 ‘기절할 때까지’ 뛰는 선수였다. 보인고가 강원도 전지훈련에서 강릉 농업고등학교와 연습경기를 할 때였다. 쏟아지는 비 속에서 진흙탕이 된 운동장을 구자철은 전후반 내내 달리고 또 달렸다. 경기가 끝나고 구자철은 기절해 응급실로 실려 갔다. 문 감독은 “그렇게까지 뛰는 선수는 본 적이 없었다. 자철이는 요령 피우는 법을 몰랐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힘든 일이 있어도 티를 내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에는 자고 일어나니 요에 피가 묻어 있을 정도로 급성 빈혈을 심하게 앓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구자철은 이를 감독에게 말하지 않고 훈련을 소화했다. 구자철의 아버지로부터 빈혈 이야기를 들은 문 감독이 괜찮느냐고 묻자, 구자철은 “별일 아닙니다. 약을 먹고 있으니 금방 낫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구자철은 자신을 향한 경기력 논란을 불식하려는 듯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 몸을 아끼지 않았다. 독일전에서는 59분간 7.4㎞를 뛰었다. 출전시간에 대비해 살펴보면 양팀 선발 선수들 가운데 최장거리였다.

문 감독은 몸부림 같은 구자철의 움직임이 안쓰러웠다고 한다. 그는 “부상 때문에 최상의 실력을 내지 못해 못내 아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구자철은 지난해부터 발목·머리 등 잔부상에 시달렸다. 월드컵 직전에는 왼쪽 무릎을 다쳤다.

구자철은 독일전 직후 “내 무릎이 더 버텨줄지 모르겠다. 독일과의 경기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지난 4년은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듣기에 따라 지난 10여년간 그가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로서 가슴에 달아온 태극마크를 반납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문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중압감이 컸던 것 같다”며 “후배들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은퇴하려는 게 아닐까”라고 관측했다.

구자철은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그림 같은 발리슛으로 일본의 골망을 가르며 동메달을 따냈다. 홍명보 감독의 신임을 얻어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 완장을 찼다. 부상을 안고 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헌신적인 움직임으로 세계랭킹 1위 독일을 꺾는 데 일조했다. 문 감독은 애제자에게 “그 동안 몸 고생,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전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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