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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이대론 안 된다] <중> 제2 손흥민, 뿌리가 튼튼해야 나온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공격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2골을 터뜨리며 ‘월드 클래스’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모든 포지션을 손흥민 정도의 기량을 갖춘 11명으로 채워 월드컵 무대에 나서는 것은 한국 축구의 꿈일 것이다. 다만 이는 단기간에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입시 성과에 매달리는 현 시스템에서 탈피,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손흥민과 같은 유망주가 꾸준히 배출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예전부터 꾸준히 지적되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선수들의 기본기와 개인기 부족이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창의성 부재’ 역시 유소년 시절 기본기와 개인기가 탄탄히 다져지지 않은 데서 발생하는 문제다.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는 “한국 축구의 들쭉날쭉한 월드컵 성적은 결국 기본기 부족 때문이다. 기본이 탄탄해야 꾸준한 성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허 부총재는 “성장기를 지난 선수들이 배우는 속도는 느리다. 어느 시점에 가서 멈춘다. 그래서 어렸을 때 쌓는 기본기가 중요하다”며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간 한국의 학원 축구는 성적이 입시와 직결되는 구조 때문에 선수 개개인의 기량보다는 팀 성적을 더 중요시하는 풍토가 조성됐다. 소속팀이 전국대회 8강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틀에 박힌 플레이, 승부지상주의 등의 부작용이 조금씩 생겨났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성장’이라고 말한다.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하는 축구는 유소년 축구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는 얘기다.

선수 개개인의 개성과 장점을 살리는 맞춤형 훈련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김태륭 SPOTV 해설위원은 “당장 중·고교 리그나 K리그를 봐도 특징 있는 선수를 찾기 어려워졌다. 황선홍의 총알 같은 돌파, 고종수의 정확한 패스를 요즘 선수들에게선 보기 힘들다”고 했다. 선수 출신인 그는 “축구선수들이 평범해진 것은 성장기에 접하는 획일화된 훈련과 전술 때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학원 축구와 함께 ‘클럽 축구’도 함께 성장해야 유소년 축구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한국은 K리그 산하 22개 구단이 ‘유스팀’을 운영 중이다. 축구연맹 유스지원팀 관계자는 “각 지도자나 구단도 점점 유스팀 운영 정책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추세”라며 “승부도 좋지만 선수들의 성장 방법을 찾는 것이 연맹의 우선적인 임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키워낼 수 있는 구조를 연구 중”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연맹이 도입한 준프로계약제도는 유소년 선수들의 실전 경험을 고려한 조치다. 유소년 선수의 프로 입단 가능 연령을 기존 18세에서 17세 이하로 낮췄다. 준프로계약 기간에 소속 고교팀과 프로팀을 오가며 양측 대회에 모두 출전 가능하다.

정책이 하루아침에 해법과 성과를 갖다주지는 못한다. 장기 계획을 가지고 일관성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김 해설위원은 “자질 있는 선수들이 축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다. 일부는 해외 클럽 유스팀으로 떠난다”며 “한국 축구는 어떤 유형의 선수를 키워낼 것인지 명확한 목표를 두고 유소년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구인 방극렬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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