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네티즌 “군대 갔다 온 사람은 비양심이냐” 싸늘

대체복무의 길을 터준 헌법재판소 결정을 비판하는 다수의 글이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헌법재판소가 지난 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자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징벌적 성격의 대체복무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29일 오후까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에 관한 청원이 약 200건 게재됐다. 대부분 청원은 헌재의 결정이 불쾌하다는 반응이었다.

이들은 “군대 다녀온 사람은 비양심이냐” “가기 싫어도 간 사람은 뭐가 되느냐”라며 ‘양심’이란 단어가 쓰이는 것 자체를 문제 삼았다. 헌재는 2004년 위헌법률심판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양심’과 법률상 규정된 개념의 차이를 설명한 바 있지만 대부분 이를 구분 짓지 않았다.

헌재가 대체복무제의 필요성을 인정한 데 대해서도 “대체복무제의 복무기간을 최소 5년 이상으로 해 달라” “해외 오지 봉사를 시켜야 한다”는 등 일종의 징벌적 제도를 원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병역 기피를 위해 양심을 핑계로 대체복무를 하겠다는 사례가 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일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e스포츠 커뮤니티 ‘PGR21’의 자유게시판에서 아이디 ‘차느’는 “현역도 인정할 수준으로 대체복무를 하는 데는 찬성”이라고 밝혔다. 현역병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기간의 대체복무는 일종의 특혜라고 보는 시각이었다. 군인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가능하려면 모든 병역 대상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병역 대상자가 자율적인 의지로 병역을 선택하고 대체복무가 가능할 때서야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반대하는 시각을 가진 단체는 헌재 결정을 비판했다. 김영길 바른군인권연구소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결정은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기획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체복무자가 평화를 사랑한다면 그들에게 비무장지대(DMZ) 지뢰 제거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효관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대표는 “교묘하게 결정을 국회로 넘긴 판결”이라면서 “(병역거부 문제는) 한국의 특수한 종교·군사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의무병이나 소방요원 등 군 안에서 양심에 따라 집총거부를 하는 방식도 있다”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진영에서는 이번 결정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결정으로 재심의 가능성이 불투명해져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2012년 징역 1년6개월 판결을 받고 복역한 유모(31)씨는 “반가운 결정이지만 지금까지의 처벌을 법원의 해석 문제라고 규정한 건 판결을 한 일선 판사에게 문제를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