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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준동] 손흥민의 눈물



한국 축구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6)은 눈물이 많다.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어릴 때부터 지는 게 싫었고 패하면 분하고, 팬들이나 동료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난다”라고. 그만큼 승부욕이 강하다. 그에게 ‘울보’라는 애칭이 붙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열린 브라질월드컵에서다. 팀 내 막내이자 박주영의 공격 파트너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처음 밟았다.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0대 1로 패해 16강 진출이 좌절된 뒤 그는 그라운드에서 펑펑 눈물을 쏟았다. 노랗게 머리를 염색한 22세 청년에게 세계 무대는 높았다. 경험 부족을 실감해야 했고 실수도 자주 나왔다. 3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지만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패배가 너무 싫다. 제 몫을 하지 못한 것 같아서 형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울었다”라고 했다.

그의 눈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년 뒤에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으로 무대가 바뀌었을 뿐이다. 브라질로 떠나면서 “브라질월드컵에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리우올림픽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와일드카드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팀의 8강 탈락을 막지 못한 것이다. 온두라스와의 준준결승에서 진 뒤 10여분 동안 그라운드에 엎드려 굵은 눈물을 흘렸다. 눈 주위가 퉁퉁 부었고 경기장을 찾은 교민들의 격려에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내가 찬스를 놓치는 바람에 경기를 망친 것 같아 죄송해서 울었다”라고 했다.

두 번째 월드컵 무대인 러시아월드컵에서는 달랐다. 또다시 눈물을 흘렸지만 4년 전과 2년 전 브라질에서 쏟아낸 눈물과는 의미가 완전히 판이했다. 그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세계 최강 독일을 무너뜨린 뒤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한 채 신태용 감독, 동료들과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월드컵에 부담감은 없을 수가 없다. 그 부담감을 선수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 고마웠다.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웠고 국민들의 응원에 감사하는 표시로 울었다”라고 했다. 아직도 월드컵이 무섭다는 ‘울보’ 손흥민. 29일 귀국한 그의 눈이 벌써 4년 후로 향하는 듯하다.

김준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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