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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도 찬사도 극단, 온라인 ‘냄비 여론’



축구 국가대표팀을 향한 극성 비난 여론이 하루아침에 찬사로 뒤집혔다. 28일 새벽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 예선 독일과의 경기에서 대표팀이 승리를 거둔 뒤 온라인상에는 선수들을 향한 찬사와 병역면제 요구가 빗발쳤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공간이 이 같은 여론의 ‘냄비’ 속성을 부추긴다고 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표팀 선수들의 병역 관련 청원이 쇄도했다. 대표팀이 승리를 거둔 이날 새벽부터 오후 3시까지 오른 관련 청원 게시물은 70여건에 이르렀다. “국위를 선양하면 병역을 면제하는 ‘손흥민법’을 제정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선수들을 향한 찬사가 넘쳐났다. 맹활약한 조현우, 김영권 선수에게는 ‘빛현우’ ‘빛영권’ 등 별명이 붙었다. 이들의 독일전 활약상을 담은 ‘움짤(움직이는 이미지)’이 활발하게 공유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그간 선수들에 대한 비난이 지나쳤다는 자성론도 내놨다. 한 시민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국민을 대표해 출전한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출전한 선수를 채팅이나 메신저에서 비난하지 못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동준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론이 사건 하나에 순식간에 뒤집히는 건 여론 자체의 고유한 속성”이라면서 이 같은 현상이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익명성을 보장하는, 온라인이라는 기술적 장치가 그 과정을 더 증폭시키는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별리그 첫 2경기 직후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부진했던 특정 선수를 겨냥한 음모론에 가족 추방 주장까지 등장했었다. 비난이 심해지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직접 나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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