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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영석] 탄돌이의 추억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열풍을 업고 얼결에 국회의원이 된 사람.”

한 포털 사이트의 국어사전에 나오는 ‘탄돌이’에 대한 정의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은 299석 중 15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47석에서 무려 105석이나 늘렸다. 이 중 108명이 초선 의원이었다. 무리하게 탄핵으로 몰고 간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주된 승인이었다. 분당 과정에서 구 민주계와 호남 중진들의 이탈로 공천 문턱이 낮아진 덕에 예전 같으면 당내 경선조차 통과하기 쉽지 않았을 정치 신인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탄돌이에게 붙은 딱지는 오만과 독선이었다. 4대 개혁입법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누더기로 만들었다. 당내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노선 싸움을 벌였다. ‘싸가지가 없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결국 우리당은 창당 3년9개월 만에 문을 닫았고, 정권은 보수 정당으로 넘어갔다. 탄돌이는 검증되지 않은 세력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교훈을 남겼다.

6·13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TK(대구·경북)를 제외하면 민주당 천하다. 지난 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돌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에 힘입어 당선된 여권 인사들을 지칭한다. 고공비행 중인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와 시대착오적인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보수정당의 패착이라는 두 가지 반사이익이 당선에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문돌이는 없을 것이다. 탄돌이 현상과 유사하다.

벌써부터 문돌이의 행보에서 탄돌이의 오만과 독선이 오버랩되고 있다. 기존 자치단체장들의 정책을 부정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은 물론이고 추진 중이던 사업들이 속속 중단되고 있다. 일자리 지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실체마저 모호하다. 가시적 성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민심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21대 총선일인 2020년 4월 15일까진 658일 남았다.

김영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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