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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베스트셀러] 스티븐 플랫 ‘제국의 황혼’





아편전쟁은 세계 최강국을 자부하던 청나라가 제국주의의 먹잇감이 되기 시작하는 능욕의 역사다. 역사가 스티븐 플랫은 아편전쟁 전후 영국과 청나라 내부 움직임과 모순, 핵심 인물들의 실수와 오판 등에 초점을 맞춘 ‘제국의 황혼’을 펴냈다. 아편전쟁 당시 최신 군함과 대포로 무장한 4000명의 영국·인도군에 비해 청나라 군대는 구식 총이 주요 무기였다. ‘전쟁’이란 용어가 무색할 만큼 청나라는 별다른 저항도 못한 채 손을 들었다.

제국의 황혼은 중국에 진출하려는 영국의 노력과 무역, 탐험, 외교적 분쟁 등을 빠른 템포로 서술하고 있다. 1792년 영국 최초의 외교 통상 사절단으로 중국에 파견된 매카트니 백작 일행에게 “우리는 모든 물산이 넘쳐 없는 것이 없다”고 멸시한 건륭제, 1910년 인도의 벵골에서 부탄을 거쳐 티베트의 라사로 들어간 첫 번째 영국인 토머스 매닝의 여정도 소개돼 있다.

이 책은 아편전쟁 이전 청나라 내부의 난맥상을 들춰낸다.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과 관리들의 부패로 나라가 분열되고 농민들은 도탄에 빠졌다. 아편이나 다른 상품과 맞바꾼 은은 대거 해외로 유출됐다. 아편이 급속히 확산되는 과정에서 관료들은 ‘대외 무역 금지’ ‘아편 합법화’ ‘중국산 아편 재배’ 등으로 갈려 탁상공론만 했다. 결국 흠차대신으로 광둥에 파견된 린제쉬가 아편 무역을 강력하게 단속하면서 아편전쟁을 초래했다.

이 책은 중국의 관점을 줄이고 영국이 전쟁에 뛰어든 배경과 과정 등 영국의 입장에 초점을 뒀다. 전쟁 직전 영국 의회 토론 과정에 10페이지를 할애한 반면 도광제의 정책 설명은 두 단락에 불과했다. 이 책은 아편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준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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