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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똑같은 준비기간에도… 韓 울고, 日은 웃는다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오른쪽)가 25일(한국시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1대 2로 지고 있던 후반 33분 동점골을 넣고 있다. 교체 투입된 지 6분 만에 나온 혼다의 골로 무승부를 기록한 일본은 승점 1을 추가했다. AP뉴시스


한국과 일본은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나란히 1무2패, 4위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뒤 탈락했다. 그로부터 4년 뒤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2차전까지 치른 현재 2패의 성적으로 F조 4위에 그치며 또 희박한 16강 진출 경우의 수를 따지고 있다. 반면 일본은 1승1무로 H조 공동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자력 16강 진출을 눈앞에 뒀다. 똑같이 4년의 준비 시간이 주어졌지만 한·일 양국의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됐다.

물론 일본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이번 월드컵 1차전 콜롬비아전에서 상대 선수가 경기 초반 퇴장을 당해 수적 우위를 누리는 등의 행운이 따르며 2대 1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25일 2차전에서 일본은 세네갈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인 끝에 2대 2 무승부를 기록하며 단순히 운이 좋은 팀만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무엇보다도 두꺼운 선수층이 일본의 저력이 되고 있다. 세네갈전에 선발 출전한 일본 선수 11명 가운데 10명이 유럽 리그 출신이다. 특히 9명은 유럽 5대 리그(스페인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서 현재 뛰고 있는 선수다. 게다가 이들은 대다수가 소속팀 내 주전급이어서 경기 감각도 올라와 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23명의 엔트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명을 유럽파로 채웠다.

그러면서도 일본 선수들은 상대팀보다 한 발 더 뛰는 ‘근성축구’를 보여주고 있다. 앞서 일본에 대해선 피지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높다는 이유로 ‘아저씨 재팬’이라는 비판도 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많은 활동량으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일본이 뛴 거리는 105㎞로 세네갈의 102㎞보다 많았다. 콜롬비아전에서도 일본은 101㎞를 뛰며 한 명이 적은 콜롬비아(93㎞)를 압도했다.

일본 대표팀을 맡은 지 2개월 밖에 안 된 니시노 아키라 감독의 지도력도 빛나고 있다. 일본은 지난 4월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전격 경질한 뒤 국내파인 니시노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게 했다. 당시만 해도 일본이 러시아에서 실패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니시노 감독은 경험 많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한 뒤 일본이 원래 잘하던 짧은 패스를 기반으로 하는 전술을 갈고 닦았다.

니시노 감독의 용병술도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1대 2로 끌려가던 후반 33분 교체 투입된 혼다 게이스케는 동점골을 넣었다.

월드컵 통산 9경기에서 4골을 터뜨린 혼다는 아시아 선수 월드컵 최다골 신기록도 세웠다. 콜롬비아전에서도 역시 후반 중반 교체 투입돼 결승골을 도우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혼다는 한때 일본을 상징하던 선수였지만 할릴호지치 전 감독의 세대교체 기조에 따라 주축에서 밀려났다. 니시노 감독은 그를 다시 불렀고 ‘특급 조커’로 활용하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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