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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서 살아난 경우의 수…16강 실낱 희망

손흥민(오른쪽)이 24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두 번째 경기 멕시코전에서 상대 수비진 사이로 강하게 슛을 날리고 있다. 후반 추가시간 3분에 나온 이 슛은 이번 대회 한국의 첫 득점으로 연결됐다. 뉴시스




전후반 위협적인 역습 빛나, “초반 기회 못 살려…” 눈물 흘려
2패 했지만 3차전 결과에 갈려, 무조건 독일전은 이기고 봐야


후반 추가시간 마침내 손흥민의 만회골이 터졌다. 손흥민의 왼발 중거리 슈팅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멕시코 골문을 뚫었다. 한국이 1-2로 따라붙는 순간이었다. 5분만 더, 아니 1분만 더….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다. 손흥민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지친 다리로 뛰고 또 뛰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태극전사들은 아쉬움에 쉽게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얼굴을 타고 흐른 건 땀방울이 아니라 눈물이었다. 손흥민은 그라운드를 돌아다니며 주저앉은 선수들을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 아직 독일전이 남아 있잖아.”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2연패를 당했다. 24일 오전(한국시간) 한국과 멕시코의 대회 F조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난 로스토프 아레나는 태극전사들의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한국의 16강 진출이 무산된 것은 아니다. 이날 소치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의 다른 2차전에서 독일이 스웨덴을 2대 1로 꺾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27일 독일과의 3차전 결과에 따라 16강에 오를 가능성을 남겨뒀다.

이날 이재성과 투톱을 이룬 손흥민은 스웨덴전과는 달리 활발하게 공격에 나섰다. 위협적인 역습으로 멕시코 수비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후반 추가시간에 터뜨린 만회골은 한국 축구의 희망을 보여준 한 방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경기 초반에 찬스가 왔을 때 공격수 입장에서 잘했어야 했다. 우리가 강팀이 아닌 이상 찬스가 왔을 때 내가 해결했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자책했다. 그러고는 방송 인터뷰에서 끝내 눈물을 쏟았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은 경기 후 “한국전에 대비해 3개의 시나리오를 준비했는데, 손흥민의 위치에 따라 전술 변화를 주려고 했다”며 “손흥민의 골은 훌륭했다. 손흥민은 지금도 좋은 선수이지만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칭찬했다.

러시아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90분 동안 경기를 지켜본 뒤 라커룸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울먹이는 손흥민을 위로한 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대표팀은 멕시코전을 마친 뒤 베이스캠프가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했다.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현지시간으로 24일 오후 회복훈련을 실시했다.

한편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16강행을 위한 실낱같은 경우의 수에 운명을 맡기게 됐다. 우선 한국은 3차전에서 독일을 이긴 뒤 멕시코가 스웨덴을 꺾기만을 기대해야 한다.

월드컵 조별리그 순위는 골득실-다득점-승자승 순으로 결정한다. 한국과 독일, 스웨덴이 1승 2패(승점 3점)로 동률을 이루면 골득실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한국이 독일에 2골 차 이상으로 승리하면,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기만 해도 골득실에서 앞서는 한국이 조 2위로 16강에 오른다.

한국이 독일에 1대 0 승리를 거두면 멕시코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멕시코가 스웨덴과의 3차전에서 2골 차 이상으로 이기면 한국은 16강에 오를 수 있다. 한국이 골득실에서 스웨덴에 앞서고, 승자승 원칙에 따라 독일을 제치는 경우다.

한국과 멕시코가 독일, 스웨덴에 각각 1골 차 승리를 거둬도 한국이 16강에 오르는 시나리오가 있다. 동률을 이룬 세 팀 간의 승점-골득실-다득점-페어 플레이 점수-추첨 순으로 순위를 매겨 한국이 앞서는 경우다. 한국이 독일을 2대 1 또는 3대 2로, 멕시코가 스웨덴을 1대 0 또는 2대 1로 꺾는 경우인데, 한국이 승자승 원칙에 따라 독일을, 다득점에서 스웨덴을 제치게 된다.

로스토프나도누=김태현 기자, 박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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