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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린 판도라상자… 지구촌 흔드나



2016년 파나마 최대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내부 자료는 세계를 뒤흔들었다. ‘파나마 문서(Panama Papers)’로 불리는 이 내부 자료를 통해 세계 각국 전·현직 정치지도자 72명을 비롯해 기업인,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이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탈세 등에 활용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의 모색 폰세카에서 443GB(기가바이트)에 달하는 120만건의 문서가 새롭게 유출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각국 언론과 협력해 분석한 결과가 21일 오전 2시(한국시간) 일제히 공개됐다. 이번에 새롭게 나온 자료는 2016∼2017년 자료로 모색 폰세카가 파나마 문서 보도 이후 고객 불만에 대응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2년 전 조사에서 불분명했던 페이퍼컴퍼니의 실소유주가 드러나는가 하면 새로운 인물이 공개되기도 했다.

우선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동하는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가 파나마에 탈세 목적으로 만든 페이퍼컴퍼니 ‘메가스타 엔터프라이즈’의 실소유주인 것이 드러났다. 메시는 2년 전 첫 의혹이 제기됐을 때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자료에는 모색 폰세카의 직원이 “메시 부자는 파나마의 회사(메가스타 엔터프라이즈)를 이용하고 있다”고 쓴 메일도 포함돼 있다. 또한 보도 이후 모색 폰세카가 메가스타 엔터프라이즈에 대한 등록 대리인을 사임하게 됐다는 내용도 나온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형제 마리아노와 지안프랑코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탈세한 의혹도 추가로 드러났다. 마크리 대통령은 2016년 공개된 첫 파나마 페이퍼에서도 가족들이 바하마 소재 페이퍼컴퍼니 이사로 등재된 것이 드러났었다.

최근 총선 패배로 물러난 뒤 비리 혐의로 조사받는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남동생 니잠 라작 관련 의혹도 드러났다. 니잠 라작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미국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또 누르술탄 나자르바예브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딸이자 정치적 후계자인 다리가 나자르바예브 전 부총리 역시 버진아일랜드에 위치한 페이퍼컴퍼니 주주인 것이 드러났다. 이 페이퍼컴퍼니는 매우 복잡한 출자 구조를 통해 카자흐스탄 본국의 설탕공장 여러 곳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또 프랑스의 유명 명품 브랜드 까르티에 가문은 파나마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캐나다의 숲과 스위스은행 계좌들을 소유한 것이 드러났다.

파나마 문서는 2년 전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이 익명의 취재원으로부터 2.6TB(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자료를 처음 입수한 뒤 ICIJ에 협업을 요청하면서 대대적인 조사·분석이 진행됐다. 당시 76개국 109개 언론사 기자 376명이 참여해 1977년부터 2015년 말까지 자료 1150만건을 다뤘다. 보도 이후 아이슬란드에서는 조세회피가 드러난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익손 총리가 교체됐고, 의혹이 제기된 기업과 인물에 대한 수사도 시작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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