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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이들 눈물에 멀어진 노벨상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불법 입국자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결국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리 수용이 ‘반인륜적’이라는 국내외 안팎의 비난에 직면하자 불법 입국자와 자녀를 함께 수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전격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행정명령)은 가족들을 함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우리가 매우 강력하고 튼튼한 국경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는 데 관한 것”이라면서 “가족들이 떨어져 있는 모습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달 초 시행된 불법 입국자와 미성년 자녀 격리 수용 정책은 한 달여 만에 폐지됐다. 다만 불법 입국자를 추방하는 대신 모두 기소해 구금하는 ‘무관용 정책’의 나머지 부분은 계속될 예정이다.

그동안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고집을 꺾은 데는 오는 11월 치러질 중간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민들과 인권단체, 재계, 정계는 물론 외국 정부에서도 비난과 분노의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딸 이방카 보좌관의 막후 입김도 컸다고 전했다. 특히 슬로베니아 이민자 출신인 멜라니아 여사가 지난 며칠간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후 “내 아내가 격리 철회에 관해 매우 확고한 생각을 가졌다”고 언급했다.

여당인 공화당은 21일 의회에서 불법 입국자와 미성년 자녀를 함께 수용하는 이민법 개정안을 표결한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 법안에 ‘다카’(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다카는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불법 이민을 온 뒤 미국에서 학교와 직장을 다니는 청년(일명 드리머)의 추방을 유예하는 제도다. 지난 3월 폐지가 확정됐지만 여야가 합의했던 후속 대체 입법이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

한편 불법 입국자 부모와 자녀 격리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멀어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으로 노벨 평화상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노벨 평화상 심사기관인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 5명 가운데 한 명인 토르뵤른 야글란 위원은 노르웨이방송 TV2와의 인터뷰에서 “불법 입국 부모와 자녀를 격리하는 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미국이나 전 세계의 도덕적인 지도자가 아니라는 신호”라고 말했다고 AFP는 전했다. 야글란 위원은 인권 감시기구인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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