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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러시아] 멕시코 관중 ‘욕설 응원’에 냉소하라



 
김태현 기자


지난 18일 0시(한국시간) 독일과 멕시코의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멕시코 1대 0 승)이 열린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 관중 7만8011명 중 절반은 멕시코 팬들이었습니다. 이들은 90분 내내 응원가를 부르며 그라운드로 열정을 쏟아내더군요. 자국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하는데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만 문제는 욕설을 동원한다는 것입니다.

멕시코 팬들은 상대 골키퍼가 골킥을 날릴 때 습관적으로 “푸토(puto)”라고 외칩니다. 푸토는 스페인어로 겁쟁이를 뜻하며, 동성애를 혐오하는 은어입니다. 멕시코 팬들은 독일전에서도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골킥을 하려고 할 때도 욕설을 내질렀습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공식 항의했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멕시코축구협회에 1만 달러(약 11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축구협회는 최근 수년간 팬들의 욕설과 관련해 많은 징계를 받았습니다. 멕시코 팬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욕설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멕시코 선수들도 민망한 응원에 심기가 불편한 것 같습니다.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국 팬들에게 “제발 경기 중 ‘푸토’라고 소리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한 걸 보면 말입니다.

한국은 24일 오전 0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멕시코와 F조 2차전을 치릅니다. 이날 4만5000석 규모의 로스토프 아레나 관중석은 멕시코 팬들의 초록 물결로 뒤덮일 전망입니다. 1500여명의 한국 응원단의 “대∼한 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는 멕시코 응원단의 “푸토”에 묻힐 수밖에 없습니다.

태극전사들은 멕시코전에서 욕설을 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월드컵 경험이 없고, 성격이 다혈질인 일부 태극전사들은 과민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태극전사들에게 이런 말을 해 주고 싶군요. 누군가 어떤 것을 주려고 했을 때 받지 않으면 그것은 주려고 했던 사람의 것이 됩니다. 욕설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스토프나도누=김태현 스포츠레저부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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