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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수십 억년 전의 과거를 만나는 경이



지금이라도 경북 영천 보현산을 찾으면 사진 속 저 은하수를 만날 수 있을까. 밤하늘을 하얗게 밝힌 별들의 행렬은 탄성을 자아낸다. 하지만 도시에서 저토록 밝은 은하수를 보기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도시의 휘황한 불빛이 별빛을 앗아가서다.

저 사진을 촬영한 사람은 ‘천문대의 시간 천문학자의 하늘’을 펴낸 전영범(58)씨다. 그는 1992년부터 해발 1124m에 위치한 보현산천문대에서 밤하늘을 관측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는 천문학자이면서 동시에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는 천체사진가다. 보현산천문대 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과거 그는 120개 넘는 소행성을 발견해 ‘최무선’ ‘장영실’ 같은 한국 과학자 이름을 붙이기도 했었다.

책에는 저자가 촬영한 밤하늘의 장관이 한가득 담겨 있다. 천문학자의 일생과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산개성단 장미성운 안드로메다은하처럼 쉽게 접하기 힘든 장면들을 사진으로 일별하고 있노라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이 인상적인 건 우주라는 광막한 공간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책 초반부에 등장하는 이런 내용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1억 광년 떨어진 천체를 찾아낸다면 곧 1억년 전의 우주를 보는 것이고 10억광년 떨어진 천체를 찾아낸다면 10억년 전의 우주를 보는 것이다. 138억 광년의 거리에 가까운 천체를 찾아내면 우리는 우주의 탄생 초기 모습을 보게 된다. 곧 우주에서는 거리가 시간 개념으로 바뀔 수 있음을 뜻한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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