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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난민들에겐 목숨이 걸린 문제… 부디 따뜻한 시선으로 봐 달라”



20일 제주도 제주시의 한 사무실에 7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였다. 최근 불거진 예멘 난민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연대체를 구성하자는 취지다. 연대체 출범을 주도하고 있는 신강협(47·사진)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소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지난달 한국난민네트워크가 제주예멘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직후 합류했다. 그는 현장에서 예멘인들에게 옷과 음식을 나눠주며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연대체 구성에 나섰다.

예멘인들을 향한 날선 여론에 대해 신 소장은 “정부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임시방편 성격이 짙은 법무부의 조치들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예멘 난민이 늘자 지난 4월 법무부는 새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의 출도를 금지하고, 지난 1일에는 예멘을 무사증입국 불허국가로 지정했다. 제주예멘대책위는 출도 금지된, 즉 제주도에 묶여 있는 예멘인이 492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 소장은 “한국 전체로 보면 492명이 많은 수가 아니지만 제주도 차원에서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제주도민들이 피해의식을 느끼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난민 수용의 기본 원칙을 정립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예멘인들이 혐오 발언에 상처받는 현실도 신 소장에겐 고민거리다. 최근 한 네티즌은 예멘 난민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한국인 대부분이 너희를 싫어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커뮤니티는 이후 폐쇄됐다. 신 소장은 “이런 상황 때문에 다들 길거리에서 큰 소리를 내지 않는 등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 소장은 “난민 수용은 조심스러운 문제”라면서도 “이들에겐 목숨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가 현장에서 만난 예멘인 중에는 군에 납치됐다가 고문당한 언론인, 총상을 입은 남성도 있었다고 한다. 보호자 없이 온 미성년자도 4명이나 됐다. 신 소장은 “부모가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전 재산을 동원해 아이 혼자 보낸 경우도 있다”며 “부디 따뜻한 시선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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