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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사들 ‘가족 격리’ 반발… 트럼프 “정책 손질” 한발 빼

한 남성이 1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홈스테드의 밀입국 어린이 수용시설 앞에서 ‘비인간적인 트럼프, 나치가 어린이들을 격리시켰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정부의 밀입국 부모 자녀 격리 정책에 대해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AP
 


밀입국한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정책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무관용 정책을 손질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이날 메릴랜드 뉴욕 버지니아 델라웨어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등 동부와 남부 7개 주의 주지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관용 정책에 반대해 뉴멕시코주의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임무 수행 중인 주방위군을 철수시키거나 병력 파견을 보류할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들 주지사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아우른다.

공화당 소속인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민주당 소속 랄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는 “아이들을 가족과 분리하는 이 정책이 폐지될 때까지 주방위군을 국경에 배치하지 않겠다”면서 헬기와 병력 철수를 명령했다. 헬기와 병력을 지원할 예정이었던 매사추세츠주 등은 취소 의사를 밝혔다.

뉴욕주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비도덕적인 정책은 미국 헌법을 위반했다”며 뉴욕 주정부 기관들에 소송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의회에서도 밀입국 가족의 격리 수용을 막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이민법 개정안 발의 작업에 서둘러 착수했다. 개정안은 미성년 아동들을 부모와 함께 수용하되 현재 20일로 제한된 아동 구금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앞서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도 가족들이 함께 있을 수 있도록 하고, 이들에 대한 추방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하원의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이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를 승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회동 후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장벽 건설, 법률적 허점 봉쇄, 비자 추첨제 폐기, 연쇄 이민 제한과 함께 가족 구금을 허용함으로써 격리 문제를 해결하는 이민법 개정안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당신들 뒤에 있다’며 ‘1000% 지지’를 약속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민법 개정안 채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의 개정안에 대한 초당적 지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슈머 원내대표는 “지금의 격리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만으로도 중단할 수 있는 만큼 이런 법안은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민주당에서는 이민정책의 주무 부처 수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사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 내에선 이민자 및 난민 가정을 위한 모금운동이 벌어져 사흘 만에 13만명이 후원금 500만 달러를 마련했다. 이 모금운동은 텍사스주 국경에서 국경순찰대원에게 몸수색을 당하는 엄마 옆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두 살 온두라스 여자아이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후원금은 텍사스 이민자 및 난민 가족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법적 변호를 제공하는 난민이민자교육법률서비스센터에 지원될 예정이다. 법률서비스센터는 후원금을 텍사스 내 수용소에 구금된 밀입국 부모들의 보석금으로 사용키로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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