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부터 김다미까지… 충무로 신데렐라 계보는 ing

주연으로 데뷔한 충무로의 신데렐라들. 왼쪽부터 ‘은교’의 김고은, ‘아가씨’의 김태리, ‘버닝’의 전종서, ‘마녀’의 김다미. 각 영화사 제공




또 한 명의 빛나는 신예가 등장했다. 첫인상부터 예사롭지 않다. 아이처럼 말간 얼굴 안에 순수와 상처, 광기에 이르는 다채로운 감정들이 스친다. 여성 원톱 주인공을 앞세운 액션영화 ‘마녀’의 김다미(23) 얘기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마녀’는 ‘신세계’(2012) ‘브이아이피’(2017) 등 남성 누아르를 주로 만들어 온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끔찍한 사고 이후 기억을 잃은 채 평범하게 살아가던 고등학생 자윤(김다미) 앞에 그의 과거를 알고 있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를 들여다보면 일본의 유명 SF 시리즈 ‘공각기동대’를 연상케 하는 지점이 적지 않다. 특정 세력의 의도 하에 만들어진 초인(超人)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흐름이 그렇다. 극의 중심인 자윤 역은 그만큼 중요했다. 인물의 혼란스러운 감정 표현부터 뛰어난 신체 능력을 활용한 고강도 액션까지 두루 소화해야 했다.

자윤 역을 맡은 김다미는 꽤나 안정감 있게 극을 이끌었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배우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극에서 호흡을 맞춘 최우식은 “처음이라고 하기엔 연기를 너무 잘 한다. 특히 첫 대면 장면에서 순식간에 감정 잡는 걸 보고 ‘이 친구 정말 대단하구나’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고 칭찬했다.

김다미는 무려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박 감독은 “촬영이 임박하도록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해 고민하던 차에 김다미를 만났다. 그 순간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합격 소식을 듣고 얼떨떨했다”는 김다미는 “촬영 때 긴장을 많이 했는데 선배님들이 이끌어주셔서 잘 해낼 수 있었다”고 겸손해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짜 신인’이 대형 상업영화 주연으로 발탁되는 건 지극히 이례적인 경우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비슷한 사례가 줄을 이으며 이제는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20대 여배우가 기근인 상황에 감독들이 끊임없이 ‘신선한 얼굴 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배우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기회일 수밖에 없다. 데뷔와 동시에 주연을 맡는 건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거장 감독의 선택을 받은 이에게는 단숨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작품 속에서 관객의 뇌리에 남을 만한 강렬한 인상까지 남긴다면 금상첨화. 이후 러브콜이 쇄도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은교’(감독 정지우·2012)로 센세이셔널하게 데뷔한 김고은(27)이 대표적이다. ‘몬스터’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계춘할망’ 등을 거치며 영화계 입지를 다진 그는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도깨비’(tvN)를 통해 명실상부한 스타로 발돋움했다. 다음 달 4일에는 이준익 감독의 신작 ‘변산’으로 관객을 만난다.

최근 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기대주로 통하는 김태리(28) 또한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데뷔작 ‘아가씨’(박찬욱·2016)에서 인상적인 열연을 펼친 그는 ‘1987’ ‘리틀 포레스트’ 등 의미 있는 작품들에 연달아 출연했다. 다음 달 방영 예정인 김은숙 작가의 신작 ‘미스터 션샤인’(tvN)에서는 이병헌과 호흡을 맞춘다.

최근작 ‘버닝’(이창동·2018)의 여주인공 전종서(24)에게 뜨거운 관심이 쏠렸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새로운 스타의 탄생이 예고된 듯 떠들썩했다. 다만 전종서는 “유명세에 대한 욕심은 없다. 나를 필요로 하는 작품을 만나 꾸준히 연기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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