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비핵화 한걸음씩 이행” 시진핑 “건설적 역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부인 이설주 여사가 19일 중국을 전격 방문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두 번째),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북·중 정상회담에서 국제 정세 변화에도 북·중 관계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최근 3개월간 세 차례나 이뤄졌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북·미 정상회담 1주일 만에 또다시 중국을 방문했다. 비핵화 후속협상 전 향후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북·중 경제 협력을 논의하면서 대북 제재 완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2012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총 세 번의 방중이 최근 석 달 새 이뤄질 만큼 북·중 관계는 급속도로 밀착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19일 김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 여사가 1박2일 일정으로 방중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방중 수행단에는 이례적으로 2인자인 최룡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도 포함됐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체제 건설이라는 공동 인식을 달성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북·중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중국의 확고한 입장과 북한에 대한 지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 성과를 잘 실천하고 유관국들이 힘을 합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함께 추진하길 바란다”면서 “중국은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은 존경스럽고 믿음직한 위대한 지도자”라며 “북·중 관계를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적극적인 성과를 거뒀다”면서 “북·미가 정상회담에서 달성한 공동 인식을 한 걸음씩 착실히 이행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새로운 중대 국면을 열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방중은 중국이라는 지렛대를 활용해 미국과의 후속회담에서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을 만나 한·미가 오는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유예를 공식 발표한 데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주장해온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논의의 동시 진행)에 대한 대화도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3월과 5월에 있었던 김 위원장의 방중은 모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하기 직전에 이뤄졌다. 이는 북한이 미국 고위급 인사와 대좌하기 전 어김없이 중국과 공동전선을 형성했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1차 방중 때는 북한의 비핵화 해법인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직접 언급했다. 이후 미국이 리비아식 해법 등을 거론하며 비핵화 문턱을 높이자 2차 방중으로 보란듯 북·중 밀월을 과시했다. 전략적 시기마다 ‘중국 카드’로 미국을 견제한 셈이다. 비핵화 후속 협상을 주도하는 폼페이오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너무 늦기 전에 북한에 가야 할 것 같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언급하며 ‘한 걸음씩 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재차 강조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단기간에 중국을 연이어 방문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는 양측 모두에 ‘윈-윈(win-win)’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도 중국이라는 ‘버팀목’이 있음을 부각하는 것이라면 중국 역시 북핵 문제에서 여전히 키를 쥐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중국은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출발점인 종전선언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중국은 종전선언에 자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를 북한에 강하게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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