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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입국 가족 격리 비인도적” 들끓는 美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샌드라데이오코너 지방법원 앞에서 이민자 가정의 어린이들이 18일(현지시간) 'ICE(이민관세사무소)를 없애라'라는 문구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월부터 밀입국 부모와 자녀를 격리하는 무관용 정책을 실시하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AP뉴시스


“엄마∼.” “아빠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요.”

미국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가 18일(현지시간) 공개한 녹음 파일에는 아이들이 잔뜩 겁에 질린 채 부모를 찾으며 울부짖는 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으로 밀입국하다 체포된 부모와 격리돼 수용시설로 보내진 지 하루가 채 되지 않은 중남미 출신 아이들이다.

앨리슨 지메나 발렌시아 마드리드라는 이름의 6살 엘살바도르 소녀는 영사관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스페인어로 “엄마가 나는 이모랑 같이 갈 거라고 했어요. 이모가 날 데리러 온다고 했어요”라고 호소하며 이모의 전화번호와 사회보장번호를 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흐느껴 우는 가운데 국경 순찰대 관계자가 “여기에 오케스트라가 있네. 그런데 지휘자는 어디에 있는 거야”라고 농담한다. 아이들이 높고 낮은 목소리로 우는 모습을 빗댄 것이다. 이 녹음 파일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밀입국 부모-자녀 격리정책에 기름을 끼얹었다.

미 법무부는 지난달 7일 불법 이민자에 대한 ‘무관용(Zero tolerance)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밀입국 가족의 경우 부모는 형사법에 따라 기소하고, 동반 자녀들은 부모와 격리하도록 한 것이다. 과거에는 자녀와 함께 밀입국하다 체포된 부모의 경우 일단 석방한 뒤 추방 절차를 밟는 방식을 취해 왔지만 예외를 두지 않은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처벌 절차를 밟는 동안 미 정부가 운영하는 수용소에서 지내게 된다. 미 정부는 “아이는 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아이가 부모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아이들은 열악한 수용소에서 몇 주 혹은 몇 달을 지내야 한다. AFP통신은 지난 5월 무관용 정책 발표 이후 국경에서 붙잡혀 부모와 격리된 자녀가 2342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에 오는 밀입국자들은 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그동안 자국 내 혼란을 이유로 미국에 온 뒤 망명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망명 신청 후 일단 석방되면 자취를 감추고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초래하게 만들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은 국내외에서 반인륜적이며 반인도주의적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와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안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이번 주 표결키로 한 ‘국경 안전 이민개혁법안’에 밀입국 부모-자녀 강제 격리정책을 즉시 중단하도록 행정부에 요구하는 조항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요지부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최악의 범죄자들 일부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수단으로 아이들을 이용하고 있다”며 “이것(이민문제)은 국경 보안과 범죄에 약하고 무능한 민주당의 잘못이다. 민주당은 선거를 위해 이민법을 고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럽 국가들의 난민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난민 캠프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독일의 관대한 난민 수용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독일에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독일 국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독일의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틀렸다. 독일의 범죄 수치는 1992년 이후 가장 낮다”고 반박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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