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UFG 중단, 공 넘겨받은 북, 동창리 시험장 폐쇄할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대규모 투자 등 ‘북한판 마셜 플랜’ 추진을 시사하면서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뜻임을 분명히 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국가우주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AP뉴시스


한·미 군 당국이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1994년 팀스피릿 훈련 중단 이후 24년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조치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조만간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19일 “한·미는 긴밀한 공조를 거쳐 8월에 실시하려던 방어적 성격의 프리덤가디언 군사 연습의 모든 계획 활동을 유예(suspend)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한·미 간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며 “이어지는 다른 연습에 대한 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 단계에 맞춰 연합훈련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UFG 훈련 때 군사 부분 연습과 함께 우리 정부기관이 참여하는 비상대응 및 군 지원을 위한 을지연습도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유예 결정은 UFG에 국한돼 있다. UFG와 함께 3대 훈련으로 꼽히는 키리졸브 연습(KR)과 독수리 훈련(FE)의 경우 북한의 비핵화 단계에 맞춰 중단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잠정적으로 (UFG 연습을) 중지한다는 의미”라며 “이는 남북, 북·미 간 대화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훈련) 중단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약속했던 것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UFG 유예 결정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한 당국자 간 후속 회담이 열리기 전에 선제적으로 나왔다. 북한이 ‘핵전쟁 연습’이라고 규탄해온 연합훈련 유예 카드를 내놓음으로써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는 측면이 있다. 북한은 연합훈련 잠정 중단에 상응하는 차원에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등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용 엔진인 백두산 엔진 분출시험 등이 이곳에서 실시된 바 있다.

동창리 시험장을 폐쇄하면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해석될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중장거리미사일(IR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할 수 있는 고정식 발사장은 12∼20개다. 이런 시설을 폐쇄하는 조치가 있어야 미사일 발사 능력을 제거한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쇄하겠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군 소식통은 “만약 북한이 시험장 폐쇄와 함께 핵·미사일 무기와 관련 기지 위치 등을 담은 리스트를 내놓을 경우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달 말 방한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연합훈련 중지에 따른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김경택 하윤해 조성은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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