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실용외교, 관례·격식 따지지 않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중국 방문은 북·중 관계 역사는 물론 국제 외교 관례에 비춰도 파격적이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3개월 정도 격차를 두고 두 차례 방중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북한 최고지도자가 한 달에 한 번꼴로 중국을 드나든 전례는 없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답방이 성사되지 않았는데 연달아 중국에 간 건 북한 내에서도 ‘저자세 외교’로 비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대중(對中) 실용외교 노선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25∼28일 처음 방중할 당시 아버지처럼 특별열차편으로 단둥을 거쳐 베이징에 들어갔다. 중국 당국 입장에서 김 위원장의 열차 이용은 항공편과 달리 이동시간이 길어 경호와 의전에 품이 많이 든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 극진히 환대받는 모습을 북한 주민과 국제사회에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열차 방중을 택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첫 해외 방문이기도 한 1차 방중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얻은 듯 이후에는 전용기를 적극 활용하며 광폭 외교 행보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첫 방중 40여일 만인 지난 5월 7∼8일 전용기편으로 시 주석이 머무는 다롄을 전격 방문했다. 이때는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북·미 갈등이 격화되던 국면이어서 북·중 공조를 결속하겠다는 명분이 있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가장 중시되는 체제여서 김 위원장이 비행기로 신속히 움직일 경우 의사결정이 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 참석차 싱가포르를 갈 때는 중국 정부 전용기를 이용함으로써 격식과 의전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결과 설명이 주요 목적인 이번 방중까지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은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북·미 대화를 전담해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나 중국과의 당 대 당 외교를 맡는 이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을 보내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대북 소식통은 19일 “그동안 북한은 관영 매체 등을 통해 중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강조해 왔다”면서 “때문에 김 위원장의 두 번째 방중조차 북한 주민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잦은 방중은 자신이 북·중 관계를 중시하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시 주석은 2013년 집권했지만 최근까지 냉랭한 관계가 이어져 왔다. 남북, 북·미 관계가 함께 진전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을 5년 만에 ‘어른’ 대접함으로써 중국도 가까이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위원장은 유럽에 오래 체류하며 국경을 넘나든 경험이 많다.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나라를 잇달아 방문하는 데 대해 선대보다는 거부감이 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