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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쿠, 파나마전 멀티골… ‘가족사랑’ 힘으로 날다

벨기에 대표팀의 로멜루 루카쿠가 19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G조 파나마와의 경기에서 후반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벨기에는 두 골을 기록한 루카쿠의 활약에 힘입어 파나마에 3대 0 완승을 거뒀다. AP뉴시스


19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 벨기에와 파나마와의 경기. 벨기에 스트라이커 로멜루 루카쿠(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의 3대 0 완승을 이끌었다. 때때로 그는 세계 최정상급 골잡이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루카쿠는 ‘가족사랑’이라고 답한다.

루카쿠는 전날 스포츠 스타들의 기고전문매체인 플레이어스 트리뷴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소개했다. 루카쿠는 1993년 콩고민주공화국 스트라이커 출신 아버지 로저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루카쿠의 고향은 벨기에 북부의 항구도시 앤트워프. 아버지가 현역선수 생활을 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루카쿠의 가정 형편은 썩 좋지 못했다. 로저가 현역생활 막바지 금전적 문제에 시달리다 파산한 탓이었다.

루카쿠가 여섯 살 때의 일이다. 방과 후 집에 돌아온 그는 어머니 아돌핀이 우유에 물을 타는 모습을 봤다. 루카쿠는 “어머니는 며칠 뒤 동네 가게에 빵을 빌리러 다녔다. 전기가 2∼3주씩 끊긴 바람에 내가 좋아하는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보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루카쿠는 집에서 심심찮게 쥐와 마주했다. 온수가 나오지 않아 어머니가 직접 끓인 물로 샤워를 하곤 했다.

루카쿠는 어느 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방 한 켠에 앉아 울던 어머니와 동생의 모습을 보고 결심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다가가 말했다. “안더레흐트(벨기에 프로축구팀)의 선수가 될 겁니다. 곧 우리 가정의 형편이 나아질 테니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어요.”

루카쿠는 아버지 로저에게 언제 축구선수가 됐냐고 물었다. 로저는 “열여섯 살”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루카쿠는 “반드시 저도 열여섯 살에 데뷔하겠다”고 약속했다. 벨기에 역사에 남을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1999년 벨기에 4부 리그 뤼플붐의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훈련과 휴식 시간을 가리지 않고 공만 찼다. 오로지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몇몇 선생님과 부모는 “너 몇 살이니? 어디서 태어났는데 여기 왔니?”라며 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 그럴수록 루카쿠는 이를 더 악물었다. “매일 내 자신과 약속했다. 나는 내가 가야할 길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던 그는 다짐한 대로 안더레흐트에 입단했다. 열여섯 살이던 2009년이었다.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에버턴 등을 거친 그는 지난해 7월 맨유에 새 둥지를 틀며 최고 반열에 올랐다.

루카쿠는 “가족이 계속 힘들고 어렵게 사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축구를 하게 된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은 어린 시절 겪은 아픔 때문에 경기 중 강한 멘탈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지독한 가족사랑에 힘입어 루카쿠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축구스타로 거듭났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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