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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러시아] 아름다운 경기장 뒤엔 北노동자 피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 베이스캠프로 이용했던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전경. AP
 
김태현 기자


지금까지 가 본 2018 러시아월드컵 경기장은 두 곳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과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입니다. 두 곳 모두 러시아월드컵을 위해 신축된 경기장으로 매우 아름답습니다.

일본인 건축가 기쇼 쿠로가와가 설계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은 거대한 비행접시를 닮았습니다. 2017년 4월 22일 개장했으며, 총 7억8000만 달러(약 8613억원)의 비용이 투입됐습니다. 수용 인원은 6만8172명에 달합니다.

한국이 18일(한국시간)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은 알렉산드르 넵스키 대성당 옆에 지어졌습니다. 석양이 질 때 보면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볼가 지역의 물과 바람에 영감을 얻어 설계된 이곳은 지난달 6일 개장했습니다. 수용 인원은 4만5000명입니다.

두 경기장엔 아픔이 서려 있습니다. 지난해 노르웨이의 축구 전문지 ‘조시마르’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 110여명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건설에 동원됐고, 그중 한 명은 경기장 밖의 컨테이너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고, 감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임금의 상당 부분은 북한 정부가 가져갔다지요. 러시아는 1990년대부터 대규모 건설현장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했습니다. 하지만 인건비가 상승하자 저임금에 기술력을 갖춘 북한 노동자들에게 눈길을 돌렸습니다.

지난 5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 건설에도 노동 착취가 자행됐습니다. 니즈니노브고로드 당국은 공사 기한을 맞추기 위해 지역 노동자들을 사실상 동원했다고 합니다. 숙식만 제공한 채로 말입니다.

러시아인들은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끝난 뒤 한 러시아 기자가 스웨덴 감독에게 “이 경기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걸 보니 말입니다. 일부 언론은 두 신축 경기장의 아름다움과 첨단 시설에만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축구 팬들이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피와 땀을 쏟은 노동자들의 노고도 기억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니즈니노브고로드=김태현 스포츠레저부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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