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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광장 뒤덮은 “대∼한민국”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스웨덴의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18일 서울시청 광장에 모여 거리응원을 하던 시민들이 한국의 후반 페널티킥 실점에 아쉬워하고 있다. 한국은 단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끝에 스웨덴에 0대 1로 패했다. 최현규 기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아쉽게 패했다. 16강 진출에는 적신호가 켜졌지만 시민들은 경기를 즐겼다.

서울시와 대한축구협회는 18일 오후 6시부터 광화문광장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월드컵 거리응원전을 열었다. 빨간 옷을 입거나 붉은 머플러를 두른 1만여명의 시민들은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500인치 대형스크린을 보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서울광장에는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찾아와 잔디밭을 가득 채웠다. 우리 선수가 찬 볼이 골문에서 벗어날 때는 아쉬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긴장한 듯 친구를 꼭 껴안거나 양손을 모아 기도하는 시민도 보였다.

몇몇 축구팬들은 양산과 팔토시로 무장한 채 오후 2시부터 광장에 나와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직장인 커플 정길용(22)씨와 송다은(23·여)씨는 붉은색 티셔츠를 함께 입고 스크린이 설치된 무대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정씨는 “여자친구가 K리그와 한국축구 팬이라 일찌감치 왔다”며 “여유 있게 응원 분위기를 즐기며 경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이기고 지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모여 응원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말했다.

교복을 입고 거리응원에 나선 중·고등학생들도 많았다. 광화문광장을 찾은 이모(17)양은 “2002년 월드컵 때 한 살이었는데 부모님이 저를 안고 거리응원을 하셨다고 했다”며 “당시 얘기를 재미있게 들어 직접 거리에 나와 응원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와 현대자동차, 한국무역협회는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서 응원전을 열었다. 영동대로 약 580m에 달하는 구간에 총 3개의 전광판을 설치해 경기를 생중계했다. 경기 3시간 전부터 윤도현밴드 등 인기가수의 축하공연이 이어져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관광 온 무하마드 사미(30)는 “사우디에도 거리응원이 있지만 이렇게 노래와 공연이 함께하진 않는다. 콘서트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직장인 권모(31)씨는 “한국이 죽음의 조에 편성돼 큰 기대는 안 한다”면서도 “퇴근 후 아내와 함께 길거리 응원을 하고 싶어 나왔다. 집에서 보는 것보다 이게 더 즐겁다”고 했다.

후반 20분 한국팀이 페널티킥으로 실점하자 광장에서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시민들은 스웨덴에 한 점 차로 뒤지는 상황에서도 뜨거운 응원을 이어가며 역전을 염원했지만 한국팀의 골은 터지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시민들은 최선을 다한 태극전사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축구경기 응원보다 친구들과의 만남에 더 의미를 두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 천호동의 한 치킨집에서 만난 직장인 한민형(29)씨는 “우리 선수들이 잘하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그는 “월드컵 본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회사 동기들과 모이려고 치킨집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현지에서 경기가 진행되는 장소와 한국 사이 시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시민들의 응원 참여를 늘렸다. 경기도 수원에서 친구의 가게를 빌려 단체응원에 나선 배상철(30)씨는 “지난 월드컵 때는 경기들이 주로 새벽에 열려 응원에 나설 생각을 못했다”며 “경기 승패가 딱히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번 월드컵은 시간대가 좋아 오랜만에 친구들과 얼굴이나 보고 얘기나 나눌 겸 약속을 잡았다”고 했다.

이형민 최예슬 방극렬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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