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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아 “밀입국 가족 격리 No”

부모와 함께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다 적발된 어린이들이 17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매캘런의 한 수용시설에서 부모와 격리된 채 콘크리트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누워 있다. AP뉴시스


미국 남쪽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한 경우 성인은 모두 구금, 기소하고 그들의 미성년 자녀는 따로 수용하는 미 행정부의 정책을 놓고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 의원들에 이어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도하는 밀입국자 무관용 정책에 대해 아내가 반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정치적 사안에 관한 발언을 거의 하지 않던 멜라니아 여사는 대변인을 통해 ‘밀입국 부모-자녀 격리 정책’을 비판했다. 영부인 공보담당 스테파니 그리셤은 1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멜라니아 여사는 아이들을 부모에게서 떼어놓는 걸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법을 지키는 나라뿐 아니라 가슴으로 통치하는 나라도 원한다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정책은 지난 4월부터 시행됐다. 국토안보부는 4월 19일∼5월 31일 국경을 몰래 넘다 붙잡힌 사람들의 자녀 1995명을 격리해 텍사스주 수용시설에서 보호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부모와 자녀를 격리하는 정책이 아니라 불법 입국을 억지하는 정책이며, 정식으로 망명을 신청하면 법을 어길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책 효과와 상관없이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인 로라 부시 여사는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국경지대 주(州)에 살고 있는 나로선 우리 국경을 공권력으로 보호할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이 관용 없는 정책은 잔인하고 비윤리적이다. 그래서 내 마음이 찢어진다”고 토로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트위터에 “아버지의 날(17일)에 국경에서 부모로부터 격리된 수천 명의 아이들을 생각한다. 이 아이들은 협상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썼다.

자이드 라드 알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도 18일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자이드 대표는 이날 개막한 제38차 유엔인권이사회(UNHRC) 총회에서 “어린이들에게 평생의 상처가 될 수 있는 이런 정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면서 국제아동협약 비준도 촉구했다. 미국은 국제아동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다.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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