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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군단’ 격파한 멕시코를 어찌할꼬?

멕시코의 공격수 이르빙 로사노(왼쪽)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팀 동료 헤수스 갈라도와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제패했던 멕시코의 ‘황금세대’가 18일(한국시간) ‘세계 최강’ 독일을 무너뜨리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F조가 ‘죽음의 조’로 돌변했다. ‘매춘부 파티’ 논란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독일의 독주를 바라던 한국은 16강 진출을 위한 시나리오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멕시코는 자신의 진영에서 볼을 빼앗아 바로 공격진에 연결하는 ‘카운터어택’ 공격으로 독일에 맞섰다. 특히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웨스트햄)-이르빙 로사노(PSV)-미겔 라윤(세비아)-카를로스 벨라(로스앤젤레스)로 구성된 공격진은 간결한 드리블과 역습으로 독일 수비의 뒷공간을 적극 공략했다. 전반 35분 로사노의 결승골로 승리를 챙겼지만, 공격진의 빠른 상황판단과 유기적 패스가 더해졌다면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뛰어난 역습 공격을 선보였다.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 수비수 리오 퍼디난드는 “이게 바로 역습 축구”라고 찬사를 보냈다.

독일은 멕시코의 카운터어택 전술을 알고도 대비 못했다. 독일 축구의 넘버원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는 멕시코와의 경기를 앞두고 “우리는 상대의 카운터 어택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전방 압박도 인상적이었다. 멕시코 공격진은 독일 진영에서부터 적극적인 압박 플레이로 상대의 실수를 유발했다.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은 경기 뒤 가진 인터뷰에서 “중원에서 너무 쉽게 공을 빼앗겼고, 공간을 많이 내줬다”며 자책했다. 토니 크루스(레알 마드리드)도“상대의 협력 수비 탓에 공을 자주 놓쳤다”고 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멕시코의 승리가 달갑지 않다. 멕시코의 승리로 F조는 ‘죽음의 조’가 됐다. 독일이 3승을 거두고 2위 자리를 놓고 스웨덴, 멕시코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했던 한국으로서는 경우의 수가 복잡해졌다. 스웨덴 ‘올인’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스웨덴을 이기더라도 독일과 멕시코에 질 경우 1승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력도 부담이다. 한국은 온두라스를 ‘가상 멕시코’로 설정해 경기를 펼쳤다. 당시 경기에서 2대 0으로 승리하긴 했지만, 멕시코는 온두라스와 확연히 다른 전력을 입증했다. 멕시코가 어떤 전술로 나올지도 대비해야 하지만 예측이 쉽지 않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멕시코가 독일과 벌였던 1경기를 두고 멕시코를 분석할 수는 없다. 멕시코는 ‘팔색조’와 같은 팀”이라고 진단했다. 독일을 상대할 때와 전혀 다른 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멕시코는 북중미 지역예선에서 점유율 축구를 구사했다. 볼 점유율 48%를 기록한 코스타리카전을 제외하고는 볼 점유율이 60%에 육박했다. 독일(40%)전에서는 과감하게 점유율 축구를 버리고 역습 축구를 한 셈이다. 한국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뛰어난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화려한 공격축구를 전개할 가능성도 크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멕시코는 전방 압박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압박을 어떻게 뚫고, 얇아진 수비라인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강한 전방 압박을 통해 초반 주도권을 장악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는 월드컵 전 열린 크로아티아, 덴마크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강한 전방 압박에 고전하다 무기력하게 패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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