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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처럼… ‘그림 같은 문전 프리킥’ 기대하라

프리킥 연습하는 손흥민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전 세계 축구팬들이 가장 숨죽이고 또 열광하는 순간은 문전에서의 프리킥이다.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꼽힌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는 종료 직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오른발 프리킥 직접 슈팅이 극적인 3대 3 동점골로 연결됐다. 반면 호날두와 함께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를 두고 다투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아이슬란드와의 경기에서 문전 프리킥을 잇따라 허공에 날려 팬들의 탄식을 샀다.

수비진의 움직임이 멈춘 상황에서 자유롭게 상대 골문을 겨냥할 수 있는 프리킥은 ‘선 수비 후 역습’을 내세운 한국 축구 대표팀에게 소중한 공격 기회다.

대한축구협회(KFA)가 공개한 한국의 러시아 현지 훈련 영상을 보면 오른발의 손흥민, 왼발의 이재성이 프리킥 슈팅 감각을 가다듬고 있다. 상황과 거리에 따라 정우영, 김영권도 키커로 나설 수 있다. 모두들 발을 떠난 공이 수비벽을 스치듯 넘어 골문 구석으로 꽂히도록 연습을 거듭한다.

그간 한국은 월드컵 무대마다 프리킥 직접 슈팅으로 상대의 골망을 흔들어 왔다. 1998년 하석주, 2002년 이을용, 2006년 이천수, 2010년 박주영이 4대회 연속 그림 같은 골의 계보를 이었다. 왼발이 2차례, 오른발이 2차례다. 프리킥 직접 슈팅은 아니지만 옆으로 흘려준 볼을 그대로 차 넣은 94년 홍명보의 사례까지 떠올리면 프리킥 찬스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문제는 공인구를 대하는 태극전사들의 발끝 감각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프리킥 득점을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파워보다 정확도다. 이번 월드컵의 공인구인 아디다스의 ‘텔스타18’은 공의 불규칙적 움직임을 최소화하겠다는 목적에 따라 제작됐다. 전통적인 축구공의 형태대로 오각형과 육각형 조각들의 모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팀가이스트(2006 독일월드컵), 자블라니(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브라주카(2014 브라질월드컵) 등 솔기를 최소화하고 자유분방하게 디자인된 과거의 공인구들과 다르다.

강하게 찼을 때 과거의 월드컵 공인구들이 야구의 너클볼처럼 흔들리며 날아갔다면 이번 공인구는 궤적의 불규칙성이 줄어들었다. 장거리 킥의 비거리가 9∼10%가량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영국 일간 ‘더선’은 “호날두와 같은 ‘너클볼 프리킥’은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호날두의 이번 대회 프리킥 득점은 그의 장기인 ‘무회전 킥’이 아닌 감아차기였다.

공인구가 밋밋해졌다고 해서 프리킥의 무서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난해 11월부터 국제대회에서 텔스타18이 선보여진 이후, 골키퍼들은 흔들림과 비거리가 덜해진 공인구의 변신을 역설적으로 두려워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는 다비드 데 헤아(스페인)는 텔스타18에 대해 “정말 이상한 공이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는 월드컵 무대에서 호날두의 평이한 슈팅을 놓쳤고, 프리킥에는 꼼짝하지 못했다.

태극전사들의 프리킥 슈팅 연습도 무회전 킥보다는 정확한 감아차기에 집중되고 있다. 확률 낮은 너클볼보다는 각도 큰 커브로 골문을 공략하는 셈이다. 관건은 18일(한국시간) 스웨덴의 장신 수비진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파울을 유도할 수 있는지 여부다. 민첩성이 좋은 이승우가 문전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고, 손흥민이나 이재성, 정우영이 그림 같은 킥으로 골망을 흔드는 모습을 온 국민이 바라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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