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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재개, 트럼프 고율관세 승인, 中 “즉각 보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을 만나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시 주석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AP뉴시스


1100개 품목에 25% 부과 첨단산업·제조업 주요 타깃
“中 보복 땐 추가관세 물릴 것” 시진핑, 방중 폼페이오에 신중 처리 당부했지만 트럼프 강행에 충돌 불가피
캐나다, 美産 불매운동 확산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공격’에 나섰다. 주요 타깃은 약 1100개 품목으로 중국 정부가 적극 육성하는 첨단산업과 제조업 분야에 집중됐다. 중국은 강한 반발과 함께 즉각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보복 대응을 시사했다.

미국 CNBC방송 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15일(현지시간) 500억 달러(약 54조68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관세는 항공우주, 로봇, 제조업, 자동차 산업을 겨냥해 약 1100개 품목에 적용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우선적으로 다음 달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818개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160억 달러 규모 284개 품목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와 공청 과정을 거쳐 결정키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과 상무부, 재무부, USTR 고위관료들과 회의 후 이 같은 관세 부과 방안을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조치는 산업적으로 중요한 기술을 포함한 중국산 제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 행동은 중국의 지적재산 및 기술 도용과 다른 불공정 무역 사례와 관련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산 곡물 등을 대상으로 보복 조치에 나선다면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앞서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관세 부과를 포함한 무역 제재를 꺼낸다면 양측이 담판을 통해 달성한 모든 경제무역 성과는 무효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4월 초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 대변인이 미국의 일방주의 언행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면서 “미국이 보호주의 조처를 해 중국 이익을 훼손하면 중국은 즉각 필요한 조치를 감행해 정당한 이익과 합법적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인 14일 중국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미국 측이 대만 및 무역 마찰 등 민감한 문제를 신중히 잘 처리해 중·미 관계가 크게 방해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본격 공격에 나섬에 따라 중국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관세를 부과키로 하고 500억 달러 상당의 1300개 잠정 부과대상 품목을 대상으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중국은 미국산 대두, 자동차, 화공품 등 14종류, 106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맞섰다.

미·중 양국은 이후 여러 차례 무역협상을 거쳐 지난달 19일 “중국이 대미 무역적자 폭을 줄이고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일 유엔의 대북 및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한 조치를 해제한다고 발표해 미·중 무역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기대도 낳았다.

양국 무역 갈등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것은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영향력이 큰 중국의 지원이 절실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미 회담이 끝나자 다시 원래의 갈등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캐나다에서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캐나다 소비자들은 미 켄터키산 버번 위스키, 캘리포니아산 와인, 플로리다산 오렌지 등을 불매 품목으로 올리고 스타벅스와 월마트, 맥도날드 같은 미국 프랜차이즈 업체 이용도 거부하고 있다고 캐나다 CTV뉴스가 보도했다. 캐나다인들 사이에선 미국 여행을 가지 않기로 하는 분위기도 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고율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 8∼9일 진행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설전을 벌였다. 그는 당시 트뤼도를 향해 “매우 부정직하고 나약하다”고 비난했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무장관은 13일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트럼프 기업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강창욱 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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