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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생 아재들, 최고 무대 누빈다



몸이 예전 같지는 않다. 하지만 승리를 향한 열망은 그 누구보다 뜨겁다고 자부한다. 생애 마지막 월드컵 무대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서는 1970년대생 ‘아재(아저씨)’들 얘기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최고령자는 1973년에 태어난 이집트의 주전 골키퍼 에삼 엘 하다리(알 타이원)다. 45세 나이로 ‘거미손’ 이운재 코치와 동갑인 그는 이번 대회 최연소 선수인 호주의 다니엘 아르자니(19)에 비해 무려 26세가 많다. 지휘봉을 잡는 알리우 시세 세네갈 감독(42), 믈라덴 크르스타이치 세르비아 감독(44)보다도 나이가 많다.

엘 하다리는 이집트 대표팀 동료 카흐라바(24·알 이티하드)를 사위로 맞을 뻔하기도 했다. 카흐라바와 엘 하다리의 딸은 지난해 약혼했으나 48일 만에 파혼했다.

‘백전노장’ 엘 하다리도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 대회 자체가 이집트가 28년 만에 밟은 월드컵 조별리그 무대다. 엘 하다리는 아프리카 지역 최종예선 5경기에 출전해 3실점만 허용하면서 이집트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1979년생 동갑내기인 멕시코의 라파엘 마르케스(아틀라스)와 호주의 팀 케이힐(밀월), 러시아의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CSKA 모스크바) 3명도 노익장을 뽐내고 있다.

마르케스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월드컵 조별리그만 16경기를 소화했다. 자신이 출전했던 4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선발로 출전해 늘 16강 무대를 밟기까지 했다.

마르케스는 지난해 멕시코 마약 범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멕시코축구협회가 그의 출전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은 마르케스의 경험과 중앙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하는 능력을 높이 평가했고 그를 대표팀에 합류하도록 했다.

케이힐은 아시아 지역예선부터 맹활약을 펼쳤다. 시리아와 플레이오프에서는 혼자 2골을 넣으며 호주의 2대 1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헤딩 능력이 발군인 그는 역대 조별리그에서 5골을 넣은 선수다. 이번에도 선봉에 서서 호주의 공격진을 이끌 전망이다.

이그나셰비치는 15일 개막전에 선발로 출전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돌파를 노련한 대처로 꽁꽁 묶었다. 러시아는 원래 빅토르 바신(30·CSKA 모스크바), 게오르기 지키야(25·스파르타크 모스크바)를 주전으로 선발해 조별리그를 준비했다. 하지만 둘 모두 무릎 부상을 당하자 대표팀을 은퇴했던 이그나셰비치가 다시 조국의 부름을 받았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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