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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신태용호 세트피스·역습 ‘두 개의 칼’ 간다

훈련 준비하는 신태용 감독(왼쪽)과 이승우. [연합뉴스 자료 사진]


15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FIFA 랭킹 67위)가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전에서 주최국 자격으로 출전한 러시아(70위)에 0대 5로 참패했다는 소식에 태극전사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수비수 김영권은 사흘째 베이스캠프 훈련에 나서기 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를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사우디 선수들이 첫 번째 실점 후 멘탈이 무너져 많은 실점을 한 것 같다”고 분석한 뒤 “스웨덴전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대표로서의 자존심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아시아 팀들의 전력이 약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시아 팀이 유럽 팀에게) 질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아 팀들이 자꾸 지면 유럽 팀들이 아시아 팀들을 무시하게 될 것”이라며 “아시아 강호인 우리가 (아시아 팀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도 했다.

수비 조직력에 대해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 대비한 수비 완성도는 99% 단계”라며 “스웨덴은 일대 일 헤딩 능력이 강하다. 헤딩볼 경합 상황에서 세컨드 볼을 따내지 못하면 위험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김영권은 “4년 전 알제리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2대 4 패)에서의 아픔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강한 정신력으로 그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훈련도 초반 15분만 공개된 뒤 비공개로 전환됐다. 18일 스웨덴과의 F조 조별리그 1차전을 눈앞에 둔 ‘신태용호’는 차단벽으로 에워싸인 훈련장에서 어떤 전술을 연마하는 걸까.

대표팀은 스웨덴을 잡을 두 개의 무기, 즉 세트피스와 역습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감독은 국내 훈련과 오스트리아 레오강 전지훈련 때에도 세트피스 훈련은 공개하지 않았다. 프리킥이나 코너킥 때 선수들 간의 약속된 움직임을 통해 골을 노리는 세트피스는 상대에게 노출되면 효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현수는 “선수들은 쉬거나 식사를 할 때도 세트피스 작전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눈다. 선수들이 치료받을 때 치료실 벽에 붙여 놓은 세트피스 작전 상황도를 보면서 얘기를 나눌 정도”라고 말했다.

장신 수비수들이 즐비한 스웨덴은 철벽 수비를 자랑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팀도 스웨덴을 상대로 오픈 플레이로 골을 뽑아내긴 쉽지 않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스웨덴이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9실점 중 2실점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허용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세트피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스피드가 빠른 이승우와 황희찬 등이 스웨덴 문전에서 프리킥을 유도해 내면 킥 능력이 좋은 손흥민이나 정우영이 키커로 나서 골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은 코너킥 키커로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전체 31골 중 11골(35.5%)을 세트피스로 뽑아냈다. 1986 멕시코월드컵부터 2010 남아공월드컵까지 매번 세트피스 득점을 기록했다. ‘4강 신화’를 썼던 2002 한·일월드컵에선 세트피스로 2골을 넣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달성한 남아공월드컵에서는 무려 4골을 세트피스로 기록했다. 조별리그 1무 2패를 기록했던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세트피스 득점이 없었다. ‘신태용호’는 세트피스에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7월 이후 총 23골이 나왔는데, 세트피스로 넣은 골은 4골에 불과하다.

역습 역시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전술이다. 한국엔 손흥민과 황희찬, 이승우 등 발이 빠른 역습 자원이 많다. ‘막내’ 이승우는 “스웨덴 선수들이 워낙 신체 조건이 좋기 때문에 수비를 갖추지 못했을 때 골을 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빠른 역습을 통해 잘 공략한다면 충분히 (스웨덴 수비를) 뚫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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