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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교체·지역구도 타파… 현실화된 ‘문재인·노무현의 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낡은 주류 교체를 염원했던 노 전 대통령의 꿈처럼 여당의 6·13 지방선거 압승으로 문 대통령의 주류 기득권 교체 목표도 이뤄질지 주목된다. 국민일보DB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 필두 영남권 공략 발판 마련
1990년 이후의 정치지형 균열… 풀뿌리 조직교체 근간 확보
“주류 교체, 정치결심한 목표” 文 대통령 기득권 타파 의지


주류 기득권 교체를 위해 정치권에 투신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꿈이 집권 1년 만에 현실화되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대거 석권해 풀뿌리 조직 교체의 근간을 확보했다.

정치 지형도를 1990년 3당 합당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도 가시화됐다.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을 필두로 영남권 공략 발판을 마련하면서 3당 합당 이후 고착화된 호남 진보, 영남 보수 지형도에 균열을 내는데 성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대한민국 주류를 바꾸고 싶었다. 제가 정치를 결심한 목표도 바로 그것”이라며 “이제 정치의 주류는 국민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교체하고자 하는 주류는 역사적으로는 친일·군부독재 지도층, 정치적으로는 최순실 국정농단 등 사익추구에 매몰된 권부(權府)와 정치세력들, 경제적으로는 불공정·특혜에 힘입어 성장한 재벌·기득권 세력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99주년 3·1절 기념사에서 “3·1운동의 정신과 독립운동가의 삶을 대한민국 역사의 주류로 세울 것”이라며 친일 기득권 세력 청산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선 직전 출간한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는 주류 정치권 교체 열망도 강하게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가장 강렬하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정치의 주류세력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역사적 당위성”이라며 “기존의 우리 주류정치 세력이 만들어왔던 구체제, 낡은 체제, 낡은 질서, 낡은 정치문화, 이런 것들에 대한 대청산, 그 이후 새로운 민주체제로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정부를 예로 들고 “기본적으로 대통령, 최고 고위공직자들의 공공성이 실종됐다”며 “국가권력을 아주 사사롭게 여기고 권력을 사익추구의 수단으로 삼은 공공성 결여가 우리나라 주류정치 세력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공통점”이라고 비판했다. 국가권력의 사유화, 이를 통한 사익 추구가 기존 주류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의 주류 교체 의지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지역주의 개혁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 연이은 낙선에도 불구하고 이어졌던 부산 국회의원 출마, 중·대선거구제 개편 시도, 대연정 제안 등은 ‘노무현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들이었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3당 합당 이전에는 영남에도, 호남에도 야당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지역주의가 강고하게 우리 정치에 자리 잡았다”며 “노 전 대통령은 권력의 절반을 내주고서라도 영남권에 의석을 확보하고,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꿈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3월 부산에서 열린 영남권 순회 경선에서 “이번에 정권 교체하면 영남은 1990년 3당 합당 이전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영남의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쓰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지방선거 압승은 문 대통령의 주류 교체 의지를 뒷받침하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또 개헌이 무산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하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해준다면 밑에서부터 주류 교체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관련 입장문을 내고 “국민들께서 정부에 큰 힘을 주셨다. 지방선거로는 23년 만에 최고 투표율이라니 보내 주신 지지가 한층 무겁게 와닿는다”며 “국정 전반을 다 잘했다고 평가하고 보내 준 성원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노력하겠다. 선거 결과에 결코 자만하거나 안일해지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하겠다”며 “지켜야 할 약속들과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국민만을 바라보며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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